브런치북 멧새 1 30화

하늘 아버지

by 최연수

제가 먼저 찾아가

뵈어야만 하지요.

그런데 몸소 찾아오셨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리도 먼 길이라는데

이렇게 쉬 오셨는지요.

의붓자식마냥 겉돌던 일이

여간 부끄럽지 않습니다.


빗장을 열 때만 해도

설마 당신일까 하던 마음

품속에 안기고 보니

이다지도 포근한 것을

.

아버지.

전 양아들이 아니지요.

아버지.

더구나 고아가 아니지요.


* ‘그림자의 발자국(1)’에 게재




1962년 11월 18일, 상도동 성결교회에 출석하여 새신자 등록(登錄)을 했다. 이어서 이듬해 1963년 11월 24일에는 세례를 받았다. 무신론자의 기수(旗手)요 반기독교의 나팔수(喇叭手)로 자처했던 내가 기독교에 귀의(歸依)한 것은, 나에게는 창세기 제2장이다. 바울이 다메섹 도상(途上)에서 부활한 예수를 만난 후 회개(悔改)하고 중생(重生)한 것 같이, Copernicus적 전환을 한 것이다. 인본주의(人本主義)에서 무신론적 실존주의(實存主義)를 거쳐, 유신론적(有神論的) 실존주의로 편력(遍歷)을 하면서, 어렴풋이 신의 존재는 긍정했지만, 믿음의 직접적인 동기(動機)는 동화(童話)와 같은 꿈과, 이원근 장로의 전도로 말미암은 것이다. 시 ‘신의 노예’이후 무려 10년 만에 ‘하늘 아버지’의 시가 탄생(誕生)한 것이다.

기도에 대한 회의(懷疑), 교회 생활에 관한 권태(倦怠), 교인에 대한 환멸(幻滅) 등 여러 가지 시험을 겪으면서, 베드로처럼 예수를 부인(否認)하고, 도마처럼 예수를 의심(疑心)하며, 심지어 가롯 유다처럼 예수를 배반(背反)하기도 하였다. 성경보다는 기독교 관계 서적을 보면서, 신자(信者) 아닌 신학자(神學者) 흉내를 내려 했다. 하나님이 의붓아버지거나, 내가 고아(孤兒)이거나....한 동안 겉돌았다.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사43:1)의 말씀을 비로소 깨닫게 될 때, 아버지께서 구만리 창천(蒼天)의 보좌(寶座)를 떠나 이 땅에 오셔서, 그 거룩한 손으로 우리 오두막 문을 두드리고 계신 것을 믿게 된 것이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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