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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리공 Oct 23. 2015

고생 끝에 낙이 올까

황정민과 노라조

(황정민의 이야기를 듣는 방청객의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한다. / 사진 출처 SBS)



 

내 일을 자랑스러워하며 때를 기다려라. 꿈을 포기하지 마라. 어제(7/27) 힐링캠프에서 황정민은 한 방청객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말은 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방청객은 배우지망생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재능이 없는 걸까.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친구들은 진작 회사 취직해서 차도 사는데 나는 술 한 잔 살 돈도 없다. 생활고 끝에 자살하고 말았다는 무명 배우의 슬픈 소식이 머릿속을 맴돈다. 고생 끝에 낙이 꼭 오는 건 아닌가보다. 두려움은 배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일을 자랑스러워하며 계속 꿈을 쫓으라니. 맞는 말 같은데 얄밉다.

여기 또 다른 청춘이 있다. 그는 락스타가 되기 위해 매일 정통 록을 연습했다. 어느 날 한 남자가 함께 음악을 하자고 말한다. 둘이서 함께 녹색지대 같은 정통 락발라드 남성 듀오를 만들자는 이야기였다.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그는 바로 콜을 외쳤다.

(사진이 다 이렇다. 출처 : 아주뉴스)

남자가 데뷔용으로 준비했다는 음악을 들었다. 어라. 잘못 들었나. 녹색지대 음악이 아니라 고속버스 트로트인데. 안타깝게도 음원 파일은 제대로 튼 것이었다. 이게 뭐냐고 따졌다. 남자는 걱정 말라며 우리도 록음악이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 그들은 뽕짝에 기타리프가 들어간 괴기 조합을 만들어 데뷔했다. 개그맨도 시도하지 않을 웃긴 헤어스타일과 복장을 한 채. 노라조는 이렇게 시작했다.

녹색지대를 꿈꾸던 이혁은 조빈을 만나 하루아침에 댄스가수가 되었다. 도중에 때려치울 수도 없었다. 더 이상 락스피릿만 쫓다가는 월세 밀린 집에서 쫓겨날 상황이었다. 오늘 하루 살아남을 돈이 필요했다. 지방의 작은 축제, 수산시장 가게 행사 등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다. 물론 우스꽝스런 머리와 옷을 유지한 채로 말이다.

(전설의 미친 삼각두 / 출처: 썰전)


사람들은 웃긴 놈들이라며 비웃고 동료들은 변절자라며 무시했다. 꿈을 포기했다고 놀리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와 한계가 보이기 시작하는 환경에서 꿈만 따르기엔 힘이 부쳤다. 그들은 기타를 놓고 가발을 쓴 채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웃음을 줘서 고맙고 힘을 얻는다고도 말했다. 덩달아 힘이 났다. 더 열심히 웃긴 노래와 춤을 연구했다. 이것이 그들이 해야 하는 음악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


(그나마 양호한 패션과 머리)


하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음악을 향한 목마름이 있었다. 생업용 음악을 하면서도 꾸준히 그들만의 락 스피릿을 갈고 닦았다. 3집까지 댄스음악으로 기반을 굳힌 후 그들은 조금씩 하고 싶은 음악을 섞기 시작했다. 4집에서 그들은 웃긴 노랫말에 정통 록 사운드를 가득 채워 특유의 록 스피릿을 내뿜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살면서도 꿈을 버리지 않은 자의 영리한 선택이었다.

록을 사랑하기에 젊음을 바쳐 달렸다. 하지만 닿을 수 없었다. 방향을 틀었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다. 해야 하는 댄스음악을 하면서도 하고 싶은 록음악도 열심히 했다. 록은 그들을 버렸대도, 그들은 록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록을 하며 즐겁게 산다.

 황정민은 누가 봐도 성공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말할 수 있다. 노력을 더하면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이것은 수학 공식이 아니다. 노력을 해도 꿈이 달아날 수도 있고 어쩌면 노력을 할 수 있는 상황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 위의 방청객은 자신의 노력에 대한 결과가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 그런 그에게 필요한 인생선배는 황정민이 아니라 노라조다. 그들은 노력을 했으나 록스타가 되지 못했다. 젊은 청년도 유명한 영화배우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라조는 말한다. 뭐 어때 여전히 록을 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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