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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리공 Nov 09. 2015

도전!

쫄보 성격 극복기

나는 누가 갑자기 나타나거나 소리를 내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놀랜다. 선천적으로 심장이 작은 게 틀림없다. 그러다 보니 긴장을 참 잘한다. 조금만 긴장할 일이 생겨도 심장이 쿵쾅대는 게 느껴진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가슴이 두근거려서 호흡이 일정치 못하면서 머리가 어지러워지기도 하니까.



인턴을 할 때 일이다. 매 주 부서 전원이 모여 주간회의를 할 때 인턴이 짧게 발표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인정욕구가 강한 나는 이 시간이 나를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 생각하고 기대를 크게 가졌다. 하지만 긴장감도 컸다. 발표시간마다 누가 내 성대에 진동모드 전화기를 붙여놓기라도 했는지 매번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ppt라도 이렇게 잘 만들었으면 몰라...


그러다 일이 터졌다. 그 날은 유난히도 긴장이 되었다. 발표 중에 갑자기 부장님의 농담에 웃음이 터졌다. 그런데 이게 멈추지를 않았다. 너무 웃어서 심장이 아팠다. 그런데 계속 웃음이 나왔다. 눈물이 맺히고 머리에 피가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도 계속 웃음이 나왔다. 한참 전부터 사람들이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미쳐버릴 것 같았지만 웃음은 나왔다.

결국 나는 회의실에서 쫓겨났다. 그제야 웃음이 멎었다.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터진 웃음 때문인지, 그걸 억지로 누르려 했기 때문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심장이 너무 아팠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한숨을 쭉 뱉어냈다. 이제 사람들을 어떻게 보나. 나는 왜 이럴까. 짜증도 나고 화도 치밀어 올랐다. 내 인생에 또다시 그런 순간이 있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 후로 발표할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다 지원했다. 어차피 남은 인턴 기간동안 계속 발표는 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내 아침 스터디 모임에도 들어가 발표를 했다. 퇴사를 하고 나서도 계속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이면 늘 자원했다. 그런 자리가 계속되다 보니 이제는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할 때 여전히 긴장이 되긴 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

사람의 성격은 어릴 때 형성된다. 그리고 그것은 보통 평생을 간다. 하지만 때론 예외인 경우도 있다. 나는 힘든 상황을 정면으로 부딪혀 자꾸 노출시켰고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쉽게 나의 경험을 일반화시킬수는 없다. 사람은 다양하니까. 하지만 분명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 자신이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서두르지 않되 조금씩 꾸준히. 새로운 시도로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고 해도, 분명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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