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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리공 May 08. 2017

동선을 바꾸지 않으면 삶도 바뀌지 않는다

<약한 연결>을 읽고



시작하기 전에

> 어라? 이게 아닌데...


책을 1/3쯤 읽다가 든 생각이다. 예상과는 다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은 <약한 연결>이다. 부제는 '검색어를 찾는 여행' 이다. 디지털 마케팅에서는 검색엔진을 이용한 마케팅 최적화 전략을 SEO라고 한다. 나는 저자가 이 책으로 자신만의 SEO 노하우를 알려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글쓴이는 마케터가 아니라 철학자였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대도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그럼 사과 많이 파는 방법좀 알려주세요'라고 말한 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끝까지 읽었다. 그냥 넘길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개인화 서비스, 익숙한 공간에 고정시키기 


책은 인터넷의 '개인화 서비스' 를 이야기한다. 이것은 온라인에서 나의 행동 패턴을 통해 성향을 파악하여 내가 좋아할 정보만 선별해주는 것을 말한다. 구글, 페이스북과 같이 고도화된 인터넷 서비스는 개인화 서비스가 매우 잘 되어 있다. 


'구글 검색의 맞춤형 서비스는 이미 상당히 진화했다. 당신이 무언가를 검색하려고 하면 “◯◯ 씨라면 이런 것을 알고 싶겠지”라고 예측해 검색을 해준다. 검색 기술은 앞으로 점점 발전할 것이다. 당신은 스스로 자유롭게 검색한다고 여기겠지만, 사실 구글이 취사선택한 틀에서 이루어진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한 타자他者가 규정한 세계 안에서 생각할 뿐이다. 점점 그런 세계가 되어가고 있다.. ' 

'사람들은 대개 현실의 인간관계가 강하고, 인터넷은 얕고 넓은 약한 유대관계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인터넷은 강한 유대관계를 더 강하게 만드는 미디어다.' –본문 중



실제 페이스북의 친구 추천 기능은 나의 현실과 성향을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다. 추천되는 이는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정치적 성향과관심사를 가진 사람이다. 비슷한 사람만 골라서 추천해주는 것이다. 뉴스피드에 뜨는 콘텐츠도 내가 좋아할 것만 나온다. 얼마 전,10대 학생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볼 기회가 생겼다. 대입 정보 콘텐츠, 강사정보, 아이돌 팬클럽 정보 등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같은 SNS이용자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훔쳐본건 아니고요...



한 때 인터넷에 붙는대표 수식어는 ‘정보의 바다’ 였다. 하지만 이제 이 바다에는 고도화된 가두리 양식장이 많아졌다. 개인화 서비스는 어느새 나를 가두고 있었다. 



익숙함을 깨는 새로운 환경이 필요하다


통제에서 벗어날 방법은 오로지 하나. 구글이 예측할 수 없는 말을 검색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것이 가능할까? 이 책의 답은 단순하다. ‘장소’를 바꿔라. –본문 중


저자는 가두리 양식장이 된 인터넷 세상에서 새로움을 만나기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 전망한다. 때문에 그는 익숙함을 깨는 현실 속 환경을 실제로 만나는 게 필요하다고 한다. 책에서 그가 주로 이야기하는 방법은 ‘여행’이다. 여행지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익숙함을 깨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만이 익숙함을 깨는 비결이라고 끝내기엔 아쉽다. 우리는 한비야나 베어그릴스가 아니다. 가까운 동남아 한 번 가기도 쉽지 않다. 일상 속에서도 익숙함을 깨는 방법은 없을까. 나름대로 혼자 실천해보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여행이 직업인 사람은 모두의 로망



먼저, 개인화되지 않은 정보를 접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신문이다. 아침마다 광역버스에서 주는 신문을 본다. 지면에서는 내 페이스북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이슈인 ‘페미니즘’ 의 ‘ㅍ’도 본 적이 없다. 대신 다른 소재로 가득하다. 흥미 없는 내용이 95% 지만 제목이라도 챙겨 읽는다. 이런 뉴스 속에 내가 모르는 세계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모임을 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서관이나 문화센터의 강연 행사부터 모임 플랫폼 서비스(프립, 온오프믹스, 트레바리)까지 다양한 자극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예전에 우연히 장애인 모임을 간 적이 있다. 이야기를 나누며 대중교통도 누군가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시설임을 깨달았다. 이들을 만나기 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것들이었다. 



동선을 바꾸지 않으면 삶도 바뀌지 않는다. 


대한민국에 장애인구는 약 250만 명이다. 20명 중 1명(5%) 꼴이다. 하지만 내 휴대폰에 저장된 1000명 남짓의 사람 중 장애인은 5명(0.5%)도 되지 않는다. 마주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많은 일과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오프라인에서 최대한 새로운 환경을 찾아다닌 뒤, 이를 통해 본 것을 온라인에서 검색해보며 정보를 얻으라고 권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익숙함 속에 있는지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주요 키워드는 '마케팅, 스타트업, 직장인, 기독교'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환경 속에서 더욱 넓은 세상을 맛보려 한다. 특정 키워드로 한정지을 수 없는 넓은 사람이 되고 싶다. 






* 동선을 바꾸지 않으면 삶도 바뀌지 않는다는 말은 박총 선생님의 문장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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