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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리공 Nov 09. 2017

아날로그의 반격을 읽고

디지털 시대의 혁신은 아날로그에서

얼마 전, 출시 49일만에 약 47만명이 다운로드한 유료 앱이 있다. 구닥이라는 카메라 어플이다. 처음 사람들의 반응은 "카메라 기능이 엄청 좋은가보다" 였다. 하지만 구닥은 오히려 기능이 구리다. 한 번에 24장까지만 찍을 수 있고, 사진은 72시간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DSLR 부럽지 않은 요즘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어플이다. 



그러나 구닥의 대박은 이 불편함에 있었다. 디지털이 주는 편리 대신, 아날로그의 불편함이 감성을 자극한 것이다. 한정된 촬영횟수는 유저가 사진을 찍을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했다. 기다렸다가 받는 사진은 다른 사진보다 몇 배는 재밌고 감동을 줬다. 아날로그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은 것이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구닥처럼 아날로그적 가치가 시장에서 어떤 혁신을 일으키는지 이야기한다.



저자는 가장 먼저 레코드판 시장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이제 CD는 커녕 MP3 구매도 하지 않는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레코드판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저자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사이 LP판의 단점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이제는 매력 요인이 되었다... 소비자는 돈을 주고 레코드판을 얻었기 때문에 그 음악을 진정으로 소유했다는 의식을 갖게 되며 이는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본문 중"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제는 전세계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음악을 가졌다는 느낌은 없다. 덕분에 커다란 LP판은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에게 음악을 만지고 가질 수 있다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디지털의 발전이 아날로그의 가치를 재조명해준 것이다. 


아날로그의 가치가 드러난 또 다른 사례로는 종이가 있다. 빠른 기록을 위해서는 자판으로 입력하는 게 좋다. 하지만 많은 연구 결과가 디지털 기기에 기록하기보다 노트에 손으로 쓰는 게 기억력과 창의성에 더 좋다고 말하고 있다. 


 

"종이의 반격은 아날로그 기술이 특정 영역의 아주 실용적인 수준에서는 디지털 기술보다  더 뛰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되면서 어떤 영역에서는 종이 사용이 줄었지만 그 외의 목적과 용도로는 종이의 감성적, 기능적, 경제적 가치가 증가했다. 종이의 전체적인 사용은 줄었을지 몰라도 특정 영역에서는 종이의 가치가 더욱 올라갔다. -본문 중"


 실제로 실리콘밸리의 많은 웹 디자이너는 초기 단계에서 화면을 기획할 때 먼저 종이와 펜만 사용한다고 한다. 소프트웨어로 바로 구상을 할 경우, 본인도 모르게 프로그램의 한계를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자유로운 기록법인 종이와 펜으로 초안을 잡고, 이후 컴퓨터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고 한다.  


이외에도 책에는 아날로그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사례가 많다. 이것을 통해 저자는 아날로그적 접근법이 색다른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아날로그의 비효율성을 즐기며, 이제 아날로그의 약점은 강점이 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불편함에서 오는 인간 중심적인 경험이 더 소중해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인간 자체가 이미 아날로그적인 존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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