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 감정은 뇌의 반응인가, 존재의 본질인가
카페에 흐르던 음악은 브람스였다.
이유는 없다. 그냥 그런 날이었다.
라빈은 의자를 창가에 맞춰 기울이고 있었고,
진우는 아이스큐브 하나를
손끝으로 굴리고 있었다.
밖은 흐렸고, 내부는 묘하게 맑았다.
먼저 문을 연 사람은 조지프 르두였다.
회색 티셔츠에 진한 남색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고,
그의 눈은 한참 실험실에서
나와 햇빛을 못 본 사람처럼 가늘었다.
그는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말했다.
“감정은 편도체의 반사작용입니다. 진화의 산물이죠.”
두 번째로 라캉이 들어왔다.
늘 그렇듯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넥타이는 비대칭이었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르두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건 너무나 즉물적이군요.
감정은 언어로 대체되지 못한 상징입니다.”
마지막으로 들어선 인물은 버지니아 울프였다.
카키색 코트를 입고 있었고,
손에는 연필이 쥐어져 있었다.
그녀는 커피를 주문하지 않았다.
그녀는 말없이, 잔잔하게 말문을 열었다.
“감정은 파도 같아요.
논리보다 빠르고, 기억보다 오래가죠.”
르두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건 시인의 방식이지요.
나는 쥐의 뇌에서 공포 반응을 실험했습니다.
편도체를 자극하면 뛰고,
잘라내면 고요해집니다.
그건 감정이 생물학적으로
예측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라캉은 천천히 머리를 갸웃거렸다.
“그렇다면, 당신은 고통도 예측할 수 있다고 믿습니까?
무의식은 자극 이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감정은 욕망의 잔여입니다.
결핍에서 비롯되죠.”
울프는 작게 웃었다.
“결핍… 참으로 인간적인 단어군요.
내게 감정은, 단어가 도달하지 못한 어둠입니다.
기억의 잔상이고, 존재의 균열이에요.”
진우가 조용히 물었다.
“그러면 감정이란 건… 해석 가능한가요?”
르두는 “네”라고 단호히 말했다.
“자극과 반응 사이의 회로는 명확합니다.
공포는 생존의 알람이고, 기쁨은 보상의 신호죠.”
라캉은 “아니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해석은 왜곡입니다.
감정은 해석되는 순간, 진짜가 아니에요.
모두가 ‘이건 사랑이야’라고 말하지만, 그건 기표에 불과하죠.”
울프는 고개를 천천히 젓더니 말했다. “감정은 해석이 아니라 침잠이죠.
가끔은 말하지 않아야 더 정확한 감정도 있어요.
그건 손목 위로 흘러가는 빛, 오후의 그림자 같은 겁니다.”
카페는 고요해졌다.
진우는 아이스큐브를 멈췄고, 라빈은 멈춘 음악을 다시 재생했다.
이번에는 드뷔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