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 죽음은 철학의 시작인가, 끝인가
창밖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누군가 낙엽을 태우는 중이었고,
공기 중엔 탄 냄새가 가득했다.
진우는 평소보다 진한 원두를 갈고 있었고,
라빈은 아무 말 없이 옆자리에서 책을 덮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오늘 하루가 달라지지 않아?”
진우가 말했다.
라빈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건 철학자나 하는 생각이야.”
마침 문이 열렸다.
첫 번째 손님은 마르틴 하이데거였다.
회색빛 정장을 입고 있었고, 검은색 베레모를 쓴 채
고개를 살짝 숙이며 들어섰다.
그의 시선은 단정했고, 동작은 불필요 없이 간결했다.
“존재는 죽음을 향해 간다.”
그는 커피를 받기도 전에 말했다.
“‘죽음을 향한 존재(Zum Tode Sein)’
없이는 인간은 스스로를 인식할 수 없다.”
두 번째 손님은 소크라테스였다.
흰 튜닉을 입고, 손에는 아몬드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말했다.
“철학은 죽음을 준비하는 훈련이다.
내가 독배를 마셨던 이유는,
삶보다 죽음이 더 명확했기 때문이네.”
하이데거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죽음 앞에서만 실존적으로 진실해집니다.”
그때, 세 번째 손님이 들어왔다.
에밀 시오랑.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고, 담배는 피우지 않았지만
피울 것 같은 냄새가 났다.
그는 마치 이 대화를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죽음을 생각하는 건… 피곤하지 않소?
우리는 결국 다들 의미 없는 길을 꾸역꾸역 걷는 존재들이야.”
소크라테스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대는 삶을 부정하는가?”
시오랑은 커피를 들지 않은 채, 잔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는 삶이 부정 그 자체라고 생각하오.
죽음은 안식이 아니라, 유일하게 더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나는 그걸 ‘평온’이라고 부르고 싶소.”
하이데거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그 평온은 언제나 도래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은 질문을 멈추지 않지요.”
라빈이 중얼거렸다.
“질문은 죽음을 미루는 연기 같은 거군요.”
시오랑은 처음으로 웃었다.
“정확해. 불타는 삶을 잠시 가리는 연기.”
소크라테스는 잔을 들어 올렸다.
“그래도 나는, 이 연기 속에서 향을 맡고 싶다네.”
진우는 노트에 적었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죽음은 질문이 멈추는 지점이며,
그 이전까지의 모든 사유를 정당화하는 유일한 이유다.’
라빈은 조용히 브람스를 껐다.
오늘은 침묵이 마지막 음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