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 자유는 해방인가, 구조인가
라빈은 보스턴에서 온 생두로
콜드브루를 내리고 있었다.
진우는 유리창 너머를 보고 있었고,
거기엔 지나치게
평온한 하늘이 떠 있었다.
비가 올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날은 늘 비가 오지 않았다.
그건 라빈도 잘 알고 있었다.
첫 번째 손님은 장 자크 루소였다.
헌 책방에서 갓 빠져나온 듯한 남자였다.
주름진 셔츠에 민트색 조끼를 입고 있었고,
발뒤꿈치가 닳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두 번째 손님은 미셸 푸코.
검은 터틀넥, 은빛 안경,
잔머리 하나 없이 민머리였다.
그의 걸음걸이는 기묘할 만큼 정확했고,
어깨는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말하자면, 절도 있는 절망 같은 인상이었다.
루소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인간은 태어날 때 자유롭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 사슬에 묶여 있다네.”
그는 커피를 마시지도 않은 채,
잔을 손끝으로 빙글빙글 돌렸다.
푸코는 테이블에 팔을 대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 사슬이 문제인 걸까? 아니면
‘자유’라는 말 자체가 이미 구조의 일부인 걸까?”
진우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자유는, 그러니까…
억압이 없는 상태라고들 하죠?”
푸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억압은
늘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해.
감옥이 있어야 억압인가? 아니지.
병원, 학교, 공장… 거기에도 규율은 있어.
우리는 말하자면,
‘자발적 수용소’에 사는 셈이지.”
루소는 창밖을 바라봤다.
“그대는 인간에 대해 너무 비관적이군.”
푸코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대는 인간에 대해 너무 낭만적이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밖엔 바람이 불고 있었고,
라빈은 노트에 뭔가를 쓰고 있었다.
진우는 루소를 바라봤다.
“그럼, 당신이 말하는 자유는 뭘까요?”
루소는 대답했다.
“진짜 자유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내가 선택한 길을,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상태.
아이처럼, 자연처럼.”
푸코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이 없으면,
당신은 아무도 아닌 게 아닐까?
자기 자신조차,
구조 속에서만 성립되는 거라면?”
루소가 낮게 말했다.
“그건 인간에 대한
모독일지도 몰라.”
푸코는 웃었다.
“혹은 진실일지도.”
라빈이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럼 진짜 자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푸코:
“그 질문을 멈추지 않는 곳.”
루소:
“내 아이가 숲에서 뛰노는 그 순간.”
카페는 조용해졌다.
진우는 조용히 노트에 한 줄을 적었다.
‘자유란,
서로 다른 꿈이 충돌하는
그 경계에 머물러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