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 선하게 태어나는가, 악하게 길러지는가

제 5장 - 우리는 선하게 태어나는가, 악하게 길러지는가

by 리얼흐름

저녁 카페에는 아침에 구운

오트밀 쿠키 냄새가 아직

은은하게 남아있다.

진우는 잔을 닦고 있었고,

라빈은 테이블 하나를 비워두었다.

그 자리는 예약된 적이 없었지만,

언제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자리에 가까웠다.


첫 번째 손님은 루소였다.

바랜 가죽 가방과 낡은 외투,

눈빛은 아직도 자연을 믿는 사람의 그것이었다.


두 번째로 들어선 인물은 홉스였다.

말쑥한 회색 정장, 단단한 목소리, 명확한 동선.

그는 마치 군인처럼 움직였고, 군인처럼 앉았다.


마지막으로 들어선 이는 한나 아렌트.

연보라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스웨터를 입었고,

손에는 접힌 신문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테이블에 놓인

물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는 인간에 대해 너무 쉽게 믿거나, 너무 쉽게 절망하죠.”


루소가 먼저 반응했다.

“나는 믿는 쪽입니다. 인간은 본래 선합니다.

아이를 보세요. 아이는 누굴 해치려 하지 않아요.

악은 문명과 사회가 만든 인공물입니다.”


홉스는 웃었다.

“그건 그대가 아이를 밤 11시 이후에 본 적이 없어서 그래요.

아이든 어른이든, 인간은 욕망의 집합체입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없다면, 문명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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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는 고개를 저었다.

“그대는 인간을 너무 경계합니다. 그건 자기투영 아닌가요?”


홉스는 대꾸하지 않고 커피를 마셨다.

그건 동의도 아니고 반박도 아닌, 일종의 무관심이었다.


그때 아렌트가 중간에 말을 끊었다.

“선과 악은 태어나는 게 아닙니다.

그건 ‘사유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생각하지 않는 인간은 악을 평범하게 실행합니다.

그게 저는 더 무섭습니다.”


홉스가 물었다.

“그럼 악은 무지인가요?”


아렌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정확히는, 생각하지 않기로 선택한 무지.

명령에 복종하는 습관, 책임을 유예하는 회피.

악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너무 일상적이죠.”


루소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선이란, 생각하려는 태도겠군요.”


홉스가 말했다.

“나는 아직도, 제어되지 않은 인간은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나쁜가요?”


아렌트가 미소 지었다.

“아뇨. 하지만 그 말은, 당신이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진우는 그 말을 노트에 적었다.

‘인간은 본래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단지 사유를 멈추는 순간부터 변질되기 시작한다.’


밖에서는 아이 한 명이 개를 따라 뛰고 있었다.

그 장면은 그 누구에게도 악의라고 불릴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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