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디자인의 역할
얼마 전, 엄마에게 택시 앱을 깔아드렸어요.
처음에 잠깐 보여드렸는데, 이내 익숙하지 않은 조작에 당황하셨어요.
“이거 누르면 왜 갑자기 화면이 바뀌어?”
“뒤로 가려면 어디를 눌러야 돼?”
익숙한 질문이지만,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엄마가 쓸 수 있어야, 그게 진짜 잘 만든 UX 아닌가?”
요즘 앱은 워낙 잘 만들어졌고, 우리에겐 익숙해요.
하지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 특히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에게는 앱 사용 자체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렇다면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라는 말, 과연 누구를 위한 걸까요?
UIUX 디자인에서는 흔히 “사용자 중심(User-centered)”이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하지만 그 ‘사용자’라는 단어를 곱씹어보면, 사실 디자이너가 떠올리는 대상은 대부분 20~40대, 디지털 네이티브예요.
이 기준으로 만든 UI는 자연스럽게 빠른 조작, 최소한의 텍스트, 상징적 아이콘, 제스처 기반의 인터랙션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앱은, 누군가에겐 너무 빠르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버튼이 작아서 누르기 어렵움
텍스트가 생략돼 있어 무슨 기능인지 헷갈림
뒤로 가기를 누르면 갑자기 앱이 꺼지는 경험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 아니라, 특정 사용자만을 위한 디자인이 되는 순간입니다.
디자인에는 '접근성(accessibility)'이라는 중요한 개념이 있습니다.
원래는 시각, 청각, 운동 능력 등의 신체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했지만,
요즘은 디지털 소외계층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는 다음과 같아요
명확한 텍스트와 충분한 크기: 아이콘만 쓰기보단, 텍스트를 함께 써주고, 클릭 가능한 영역은 충분히 크게!
선형적인 흐름(Linear flow):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흐름을 설계.
예측 가능한 인터페이스: 사용자가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구성. 갑작스럽게 화면이 바뀌거나, 숨겨진 버튼은 피하기.
오류 방지와 회복: 잘못 눌렀을 때 되돌리기 쉽도록 ‘취소’, ‘되돌리기’ 기능을 명확히 제공.
이런 UX는 단순히 나이 든 사람만을 위한 게 아니라,모든 초보 사용자에게 필요한 기본값이에요.
모두가 처음은 있으니까요.
토스는 많은 사람들이 “쓰기 편하다”, “엄마도 쓸 수 있다”라고 말하는 대표적인 UX 성공 사례예요.
금융이라는 복잡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경험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했죠.
홈 화면에는 기능이 많지 않아요.
버튼은 크고 간결하며, 텍스트 중심의 메뉴 구성이 돋보입니다.
사용자는 ‘이체’, ‘조회’, ‘송금요청’ 같은 명확한 단어를 보고 바로 행동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한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이건 정보구조(IA: Information Architecture)와 사용자 플로우(User Flow)를 철저히 고려한 설계의 결과입니다. 많은 기능보다 중요한 기능만 보여주는 결단, 그리고 그걸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구현한 거죠.
이제는 부모님에게 앱을 알려드리고, 손주 사진을 공유하고, 병원 예약도 도와드리는 시대예요.
앱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세대 간 연결의 매개체가 되었어요.
이럴수록 디자이너는 더 넓은 관점을 가져야 해요.
디자인은 최신 기술이나 트렌드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거든요.
모든 앱이 노년층을 타겟으로 만들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누구나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건 디자이너의 책임 아닐까요?
디자이너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엄마가 아무 설명 없이도 쓸 수 있다면, 그건 진짜 잘 만든 UX다.”
이 말은 단순히 감성적인 표현이 아니라, 모든 사용자의 이해도와 사용 경험을 고려한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하는 문장이에요.
아무리 세련되고 복잡한 기능이 있어도, 사용자가 헤매고 불안해한다면 그건 좋은 UX가 아닐지도 몰라요.
저희 똑똑한개발자는 단순히 기능만 구현하는 개발회사가 아닙니다.
누구나 쉽게 쓰고, 누구에게나 닿을 수 있는 ‘사람 중심의 디지털 경험’을 만들고자 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점점 더 고도화될수록, 오히려 중요한 건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설계라고 믿어요.
그래서 저희는, “엄마도 쓸 수 있는 앱”이 곧 “누구나 오래 쓰는 앱”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UX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
그 가치를 끝까지 지켜가는 팀이 되겠습니다.
앞으로도 사람을 위한 디지털을 만드는 이야기, 계속 전해드릴게요.
https://www.toktokhan.dev/?utm_source=brunch&utm_medium=uiux_34&utm_campaign=brunch25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