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앱이나 웹사이트를 보다 보면 가끔 “어? 이거 어릴 때 봤던 스타일인데?”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VHS 필름의 질감, 손글씨 느낌의 폰트, 낡은 종이의 색감 같은 요소들이 그렇죠. 디지털 환경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지만, 오히려 이런 ‘투박하고 익숙한 감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 꽤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디자인 유행’이라기보다, 디지털 시대 속에서 아날로그가 주는 안정감과 감성에 대한 갈망이 반영된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UI/UX 디자이너들에게는 ‘익숙함’, ‘감정 연결’, ‘브랜드 개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자주 해석되곤 합니다.
디지털은 점점 더 완벽해지고 있습니다. 픽셀 단위로 정렬된 아이콘, 수직과 수평이 정확히 맞춰진 그리드, 깨끗한 여백과 날렵한 인터랙션이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정제된 디지털 환경을 만들어 내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환경 속에서 사용자들은 종종 피로를 느낍니다.
모든 것이 깔끔하고 완벽한데도 이상하게 낯설고 거리감이 느껴질 때가 있는 거죠.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아날로그 감성의 디지털화’입니다. 손으로 그린 듯한 아이콘, 잉크 번짐이 느껴지는 폰트, 턴테이블을 연상시키는 인터랙션, 필름 카메라 셔터음까지. 기능적으로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사용자에게 ‘따뜻하다’, ‘감성적이다’, ‘익숙하다’는 감정적인 경험을 유도합니다.
디지털 세상은 분명 편리하지만 그만큼 너무 빠르고 복잡해졌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히려 ‘단순했던 시절’, ‘느려도 좋았던 경험’을 다시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Z세대조차도 레트로에 열광하고 있지요. 필름 카메라, mp3 플레이어, 폴더폰 UI 같은 것들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디자인 트렌드도 예외는 아닙니다.
최근에는 스케치북 스타일의 UI, 옛날 워드프로세서를 닮은 폰트, 스크랩북처럼 구성된 이미지 카드 등 90~00년대 감성이 녹아든 인터페이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디자인이 점점 더 빠르고 효율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가다 보니 사용자도 피로해졌고, 그 틈을 감정이 담긴 디자인이 채워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감성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날로그 감성을 UX에 잘 녹여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맥락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문구류를 닮은 앱 UI는 학창 시절의 감성을 불러일으켜 사용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앱에 몰입하게 해줍니다.
또 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듯한 전자책 인터랙션은 실제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콘텐츠 몰입도를 높여줍니다. 이처럼 아날로그 감성은 단순한 디자인 요소를 넘어, 사용자의 감정을 자극하고 서비스 경험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흐름은 디지털도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최신 기술로 완벽하게 만든 디자인보다, 조금은 거칠더라도 감정이 연결되는 UI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완벽함보다는 따뜻함, 효율성보다는 여백, 정보 전달보다는 감정 연결. 디지털 디자인은 이제 다시 사람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UI/UX 디자인은 단순히 편리한 흐름만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어떤 감정을 담을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아날로그 감성이 지금 디지털 안에서 다시 빛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