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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유시

고택

by 열목어



그 집엔 옛 영화로 지탱하는 낡은 기둥과 서까래들이 모여 산다



뒤란 처마 아래 장작이 쌓이던 시절엔

저녁연기 구수하고 구들은 뜨뜻허였는데



청사초롱 몇 번에 상여가 몇 번



잭패질로 마당을 다지던 어린것들은

서울로 서울로 돈벌이 가고



사람이 그리운 자리마다 이끼가 돋고

자두며 살구며 툭툭 떨어지더니



염천에 녹고 추상에 갈라져

해도 돌아가는 북향집마냥 적적허였는데



그래도 가끔 소나기가 흙내를 풍겨 올리는 날엔



솥뚜껑 뒤집고 들기름 두르던

그 아낙의 재바른 손놀림 떠올리는지



댓돌 한 뼘만큼 어깨를 추어올려 보는 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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