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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유시

빨래

by 열목어


넉넉히 맑은 물

아련히 시린 손

샘물처럼 깨끗한 날

구겼다 당기는 그물 아래
가두리 고기떼처럼

옷가지가 쏠린다


식구들의 입성이
하늘을 가리며

넘너름히 널리는 때


찬바람 술래처럼 설레어

햇살의 틈으로

뒤척이고


이 집 옥상의 아낙은

맥진한 것들 살리는

살림을 산다는데


저녁에 개켜보면

거기엔 아직

해와 바람의 내음이 차곡히 남았고


다시 숨 쉬는 옷들 쓸어보니

소슬한 점자들이

말을 걸어온다는 걸


비누처럼 희고 고운

이 집의 아이들은

읽으면서 자라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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