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히 맑은 물
아련히 시린 손
샘물처럼 깨끗한 날
구겼다 당기는 그물 아래
가두리 고기떼처럼
옷가지가 쏠린다
식구들의 입성이
하늘을 가리며
넘너름히 널리는 때
찬바람 술래처럼 설레어
햇살의 틈으로
뒤척이고
이 집 옥상의 아낙은
맥진한 것들 살리는
살림을 산다는데
저녁에 개켜보면
거기엔 아직
해와 바람의 내음이 차곡히 남았고
다시 숨 쉬는 옷들 쓸어보니
소슬한 점자들이
말을 걸어온다는 걸
비누처럼 희고 고운
이 집의 아이들은
읽으면서 자라나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