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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유시

로드킬

by 열목어


고양이였나

하반신을 짓이겼는데 아픈 표정이 없다


너를 밟다가 몸서리친다

피할 수 없도록 막아선 것들. 한 번은 찌른다


물컹하고 밀도 있는 덩어리로

아스팔트 야트막한 방지턱이 되어간다


상경했을 때, 첫 출근의 슈트는 미끈했고

구두는 빛났고 벨트의 긴도는 적당했다


고양이였지

우아하고 날렵한 몸짓의 종점은 여기


고요한 응시는 미동 없이 고고하였으나

언제부터인지 터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뼈나 힘줄을 다지면서 넘었나 보다

짧은 접촉에도 고무장화를 신었으니까


세상 따위 더럽다고 발아래로 보면서

이 길을 건너 네가 가려고 했던 곳은 어디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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