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단 해보는 거였다

고개부터 내밀고 보는 달팽이

by joydium

손톱보다도 작은 달팽이가 꾸물꾸물 움직였다.

그 작은 몸으로, 그 느린 속도로 사방을 쏘다녔다.

더듬이를 한껏 내빼었다가 집어넣기를 수십 번.

눈 없이도 잘도 다니는 것이 신통해 한참을 보았다.


어떻게 아는 것인지,

풀과 풀 사이를 자유롭게도 오다녔다.

잠시 한 눈을 팔면 어느새 저쪽 잎을 탐색하고 있었다.

눈도 없이 속도도 느린 달팽이는,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 마냥 그렇게 뛰놀았다.


신통한 달팽이는 내빼는 더듬이만큼이나 고개를 몹시도 흔들었다.

이만큼씩이나 몸을 늘렸다가 다시 돌아내리기를 반복했다.

이제사 보니 제 갈길을 아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일단 머리부터 내밀고 보니 길이 난 것을 보았다.


넘어갈 길을 찾지 못한 한껏 내민 고개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놨다.

왔던 길로 돌기도, 다른 방향으로 내뻗기도 했다.

그러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일단 내민 고개는 결국 길을 찾아냈다.

지나온 길을 자유롭게 지나면서도 나아갈 길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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