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 on the Ris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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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지크] 시리즈
제1부 철혈의 지배
1943년의 장
제3장. 시칠리아 전투 : Blood on the Risers
미 육군 1사단장 테리 앨런 소장은 착잡한 심정으로 시칠리아의 어두운 윤곽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앞서 투입된 두 개 공수 연대는 기상 악화로 뿔뿔이 흩어졌고,
애초에 미미할 것이라 여겼던 이탈리아군의 저항은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
공수부대의 강하 실패는 사단 전개의 발목을 잡을 수 있었다.
그는 곧 시작될 제2차 공수작전을 앞두고 마음을 진정시키려 주변의 진지를 조용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 때, 수송기 편대의 중후한 엔진 소리가 밤공기를 가르며 밀려오기 시작했다.
앨런은 고개를 들었다.
어딘가 이상했다.
이 시간에? 이 위치에?
지금이어선 안 되는 편대였다.
그가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수십 개의 대공포 조명이 하늘을 쓸어내기 시작했다.
포탄이 공중에서 번개처럼 갈라지고,
하늘에서 수송기의 양 날개가 불꽃과 연기를 뿜으며 격추되었다.
"오... 젠장."
앨런은 몸을 숙이는 것조차 잊은 채로 외쳤다.
"사격 중지! 사격을 중지하라!! 저것은 아군 공수부대다!!"
하늘에선 낙하산이 펼쳐지기도 전에 수송기가 찢겨져 내리고,
땅에선 미확인 비행 편대에 대한 즉시사격 명령이 반복되고 있었다.
몇 시간 전까지 독일 공군의 산발적인 공격에 시달리던 대공포대는 격렬하게 반응했다.
앨런은 무전기를 움켜쥐고 고함쳤다.
"사격 중지! 사격을 중지하라!! 저것은 아군 공수부대다!!"
하늘과 땅을 찢는 대공포의 폭음이 모든 소리를 지워버렸다.
요란한 엔진 굉음 속, 수송기 내부.
제82공수사단의 장교들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505연대가 죽 쑤고 있다더군."
"하늘 보고 기도나 하고 있으라고 해. 우리가 곧 간다니까."
강하조장이 큰 소리를 내며 수신호를 전달했다. ‘강하 10분 전!’
누군가는 가족사진을 꺼내고, 누군가는 담배를 물었다.
갑자기 밖이 밝아졌다.
그리고 곧, 아무것도 필요 없게 되었다.
제82공수사단 제505연대가 밤하늘을 가르며 섬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예상보다 빠른 풍속에 수송기들은 대열을 유지하기 버거웠고
기류는 불안정하게 휘날리며 수송기를 밀었다.
야간의 시칠리아 상공은 지도에서 보는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조종석 안. 수송기 파일럿은 땀을 훔치며 창밖을 내다봤다.
조종사는 중얼거렸다.
“…여기가 맞긴 한 건가...?”
순간, 빛이 번쩍였다.
수송기 파일럿은 안도했다.
드디어 패스파인더가 일을 해냈군.
섬광. 사이렌. 폭발음.
조명탄들이 하늘로 솟구쳤다.
수십 발의 조명탄이 펼쳐지자 하늘은 대낮같이 밝아졌다.
이후 꼬리를 물 듯 대공 포탄들이 튀어올랐다.
대공포탄들이 하늘에서 폭발하며, 파편의 비가 뿌려졌다.
수송기들은 격추되거나 대열을 흩트리며 분산되었고,
강하조장도, 통제도 없이 공수사단의 병사들은 비행기에서 뛰어내렸다.
불덩이를 뒤로 한 채 강하조장이 그를 밀쳤다.
아니, 수송기가 폭발하는 폭풍이 밀쳤는지도 모른다.
훈련과는 너무 달랐다.
낙하산을 줄은 어딨지? 손을 더듬는다.
간신히 잡아챘다.
어디 걸렸는지 잘 펴지지 않는다.
귀는 먹먹하고, 눈은 침침했다.
옆에서는 사람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지면에 닿기도 전에 자신의 전쟁이 끝났다는 걸 알았다.
회의실은 조명이 밝았고, 커피는 따뜻했다.
연합지상군 총사령관 해롤드 알렉산더 장군이 커피 잔을 들며 말문을 열었다.
“우리의 낙하산병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정보참모 케네스 스트롱 대령이 문서 몇 장을 넘기며 대답했다.
“전방에서 수신된 보고 기준으론, 어디에도 없습니다.”
알렉산더는 눈썹을 찡그렸다.
“어디에도 없다고?”
스트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위치보고는 아직 없습니다.
다만… 1시간 전 통신에 따르면,
505연대 일부는 낙하지점에서 최소 12킬로미터 이탈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추정?”
“예, 산개한 병력이 송신한 위치 보고입니다.
위치가 워낙 제각각이라, 정확한 좌표는 아직 없습니다.
적 저항은 ‘미미’라기엔 지나치게 조직적입니다.”
지도 위 화살표들은 여전히 북쪽을 향하고 있었다.
알렉산더가 물었다.
“그때 자네 말로는... ‘저항은 미미할 것이다’, 맞았나?”
“그때의 ‘정보’는 그랬습니다.
적이 싸울 마음을 먹을 줄은... 제 예측 밖이었습니다.”
정적.
“아, 제8군 사령관 몽고메리 장군의 보고서가 있습니다. ...읽어볼까요?”
“그래. 읽어보게.”
스트롱이 서류를 읽었다.
"‘현장 저항은 산발적이며, 8군은 예정보다 하루 앞서 북상 중.
공수부대의 초기 산개는 통제 범위 내에 있으며,
2차 강하 및 상륙은 계획대로 진행 가능.’ — 몽고메리 장군 보고”
알렉산더는 아무 말 없이 서류를 넘겼다.
그는 커피를 내려놓으며 짧게 말했다.
“몽고메리 장군은 늘 단어 선택이 탁월하지.
‘산발적’이란 단어 하나로 전장을 정리했어.
8군은 하루 앞서 북상 중이라...
언제나 시간을 앞서 사는 군인이야, 그 양반은.”
수평선 뒤에서 막 집결한 미군 보병들이 수풀 아래 몸을 낮췄다.
눈앞에는 잔잔한 구릉선이 펼쳐져 있었고,
그 위에서 이탈리아군 포대가 조용히 포구를 내리고 있었다.
갑자기 포탄이 떨어졌다.
리드미컬한 기관총의 발사음이 뒤를 따랐다.
집결 중이던 보병들은 바닥에 엎드렸다.
하지만, 소대장은 벌떡 일어났다.
“전원 일어서, 달려!”
전투는 지휘관의 채찍을 후려치는 외침 한 마디로 시작됐다.
포탄이 떨어진 자리를 지나고, 이탈리아군 참호로 돌격했다.
몇 명은 비틀거리다 쓰러졌고, 몇은 포복하며 앞을 향했다.
“계속 가! 넘어야 끝이야!”
그들의 전진은 '달리기’였다.
비탈길을 따라 영국 제51 하이랜드 사단의 보병들이 느릿느릿 오르고 있었다.
쿵! 소리와 함께 전차 한 대가 연기를 뿜었다.
공병 장교가 소리쳤다.
“또 막혔군! 대전차지뢰야! 도로 재탐색해!”
공병들이 지뢰탐지기를 흔들며 앞으로 나아갔다.
비 내린 듯 흩어진 흙, 무너진 주택, 전사자들의 유해가 흩어진 밭.
소대장은 대열 선두에서 중얼거렸다.
“우린 작전대로 가고 있다는데, 어째선지 자꾸 뒤처지는 기분이야.”
그들의 전진은 ‘예정된 고행’이었다.
협소한 해안도로와 산악지형은 마치 지옥의 아가리처럼 보였다.
영 제50보병사단의 다섯 번째 돌격이 종료되었다.
도로에 널브러진 시체와 골짜기에 흐르는 피.
바람조차 시체와 피 냄새로 지독했다.
사단은 조직 붕괴 직전 후방으로 철수했다.
제78사단이 투입되었지만, 별다른 돌격 없이 대치만 하고 있었다.
반대편의 이탈리아군 진지는 제28 검은셔츠 여단이 방어 중이었다.
그들은 DAK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철수한 자들이었다.
거듭된 방어전으로 보급품은 바닥을 드러냈고
부대는 껍데기만 남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싸우고 있었다.
부상 입은 채 대대를 지휘하는 부대대장은 생각했다.
'우리 부대의 절반은... 독일 자식들이 도망칠 때,
미끼로 아프리카에 버려졌지.
하지만 지금은- 이탈리아 전우들의 철수 시간을 벌고 있다.
그래... 마지막. 마지막 시간이야...'
그의 생각은 누군가의 질문으로 끊혔다.
"부대대장님... 이제 철수하죠...
영국 놈들이 또 뛰어오면 이제 돌맹이라도 집어던져야 할 겁니다...
저희도 본토로 가죠, 저희도...
'나폴리' 사단은 진즉에 저희 버리고 갔데요...'
젊다기보다는 소년에 가까운 얼굴의 병사가 이야기했다.
"아니. 메시나에서 그 '나폴리', 제54사단이 철수 완료하면 우리 차례다."
"그럼 그건 그냥 여기서 죽으라는 거잖아요..."
부대대장은 병사를 토닥이고, 주머니에서 담배 하나를 건내줬다.
"미안하다... 이거라도 받아라. 더 해 줄 말이... 없다."
석양이 졌다.
영국군은 밤에는 공격해오지 않았다.
하루, 더 벌었다.
미 제1보병사단 26연대는
이탈리아군이 무너졌다는 보고를 받고,
지형 분석 없이 협곡을 통과했다.
그들은 몰랐다.
그 위의 고지엔 아직도 이탈리아군 포대가 살아 있었고,
뒤편 좁은 도로에선 독일군 기갑부대가 측면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30분 후, 무전은 끊겼다.
병력 절반이 고립됐고,
‘포위’라는 단어는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은, 명백히 포위였다.
패튼은 전차를 보내려 했지만 고개와 능선에서의 반복된 전투,
무리한 진격으로 인한 기계적 고장으로 지원은 지연되었고
제26연대는 결국 갈기갈기 찢겼다.
좋게 말해 ‘전투력 발휘 제한’.
사실대로 말하면... ‘전멸’이었다.
진격 중 발생한 예상과 어긋나는 대 손실에
알렉산더는 통신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시칠리아의 연합군 전체가 멈췄다.
'드디어 휴식인가?' 라며 기뻐하는 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마음속으로 느꼈다.
'무언가 제대로 잘못되었다.' 라고.
통신장교들이 잡음을 제거하고, 암호 키를 교환했다.
채널이 연결되고, 지휘통제센터는 모두 일시 정지되었다.
알렉산더의 음성이 먼저 들렸다.
“양군 지휘관 모두 연결 확인.
지금부터, 작전조정 통신을 개시하겠습니다.
금일 의제는 양군의 진격속도 조정,
그리고 협조된 공격에 대한 작전조율입니다."
패튼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그는 애써 평정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다.
“우린 전선을 멈추고 있습니다, 장군.
내 부하들은 지금도 불구덩이 속에 박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에 응하겠습니다.
진격속도 조정이 목적이라면
우선은, 누가 멈췄는지를 정리해야겠군요.
좋습니다.
회의랍시고 통신을 여셨으니, 진격속도 이야기를 해보죠—
‘속도’가 진짜 문제인지부터.”
몽고메리의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전달되었다.
"아, 좋소. 속도. 중요하지. 늘 중요하지.
...근데, 왜 작전조율이 필요한지 진짜 모르시오?"
패튼은 무전기를 꽉 쥐었다.
손등의 핏줄이 드러났다.
“지금 그 말,
내 부하들이 누워있는 그 자리에 서서 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전장에 발 디뎌보지 않고
종이 위에 줄 그어가며 말하는 겁니까?”
정적.
알렉산더가 숨을 짧게 들이켰다.
"진정하시오. 지금은 적과 싸워야 할 때요.
우리끼리 언성 높여야 되겠소?"
몽고메리는 다시금 차분하게 말했다.
"사령관 각하. 우리는 싸우고 있는게 아닙니다.
협조된 공격을 위한 작전조율 중입니다.
그리고 패튼 장군. 당신만 싸우는 것처럼 말하지 마시오.
우리도, 싸우고 있소."
이 분위기를 수습해야 하는 건 주관자였다.
알렉산더가 이야기했다.
“진격 중 손실은 모두에게 일어납니다.
지금은 책임이 아니라, 공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전장은 넓고, 메시나는 하나입니다.
두 분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하지만
하나의 작전으로 이어지도록 하십시오.
회의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연합작전협조회의는 끝났다.
회의 전과 후—그닥 달라진 것은 없었다.
미7군은 다시 허리띠를 조였고,
영8군은 지도 위에 펜을 그었다.
'각자의 방식대로.'
최소한 한 가지는 회의대로 되었다.
패튼은 참모의 만류를 뚫고 전방으로 나왔다.
연합군의 대열은 아직 정비되지 않았고,
도시는 기이하게 조용했다.
그는 기다리지 않았다.
응급 수리된 셔먼 전차 한 대, 기갑수색부대, 그리고 몇 개 보병 소대.
그게 전부였다.
"지금 돌파하지 않으면, 영국군이 먼저 도착한다.
가라, 가라!"
패튼이 직접 전차를 격려했다.
전차장은 감격하여 대답했다.
"예... 예!"
쿵.
전차가 대전차지뢰를 밟았다.
콰직— 소리와 함께 차체가 옆으로 비틀리고,
포탑이 덜컥 소리를 내며 기우뚱했다.
상부 해치가 열렸다.
그 순간, 도시 쪽에서 47mm 대전차포 한 발이 날아왔다.
포탄은 정지된 전차의 왼쪽 측면을 관통했고—
엔진이 짧게 울부짖다가, 침묵했다.
열린 해치에서 불꽃이 솟구쳤다.
패튼 뒤의 참모 한 명이 탄식했다.
"아...!"
영국 제8군의 선두부대는 도로에 멈춰 있었다.
참모가 말했다.
“무전, 왔습니다. 제7군, 메시나 도착 및 점령 완료.
도시는 거의 비어있었습니다. 시가전 없이 확보.
약간의 이탈리아 헌병 병력이 있었는데,
미군에게 질서 있게 도시를 인계했다고 합니다."
몽고메리는 지도를 덮으며 짧게 말했다.
“좋소.
시간도, 계획도, 사람도-
예정보다 훨씬 더 많이 들었군.
하지만—계획대로 끝났소.
아, 미군에 영광을. 잊어선 안 되지."
수송정이 잔잔한 물살을 가르며 반대편 해안으로 향하고 있었다.
메시나를 떠나는 마지막 수송정이었다.
갑판 위엔 이탈리아군 부상병들과, 독일군 장교 몇 명.
그 중 하나가 조용히 말했다.
“모두 탈출한 건 아니군.”
“모두를 데려가진 못해.
하지만... 싸울 수 있는 자는 다음 전장에서 싸워야 해."
"아프리카에서의 철수로 다 끝난 줄 알았었지...
내가 너무 순진했나봐."
그들의 대화는,
모르핀의 진통 효과가 끝난 부상병의 신음소리에 끝났다.
연합군
연합군의 작전 목표는 시칠리아 섬의 전략적 거점인 메시나를 점령하여,
독일-이탈리아 연합군의 본토 철수 통로를 차단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시칠리아 전역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이탈리아 본토 침공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고자 했다.
미국 제7군은 겔라-트로이나-메시나를 잇는 서부 축선에서 북상하여 육상 돌파를 주도했다.
지휘관은 조지 패튼 중장으로, 빠른 돌파와 고속 기동을 강조하며 실질적인 작전 주도권을 행사했다.
영국 제8군은 시라쿠사-팔라촐로-프랑카빌라 축선을 따라 북동진하는 임무를 맡았다.
버나드 몽고메리 장군은 단계적 점령과 교량·지형 확보를 중시하며 상대적으로 느린 진격을 실시했다.
미 제82공수사단은 미군 돌파를 지원하기 위한 선행 전개 부대였으며,
야간 강하를 통해 교통로 차단, 주요 지형 장악, 혼란 조성을 맡았다.
그러나 두 차례 강하 모두 기상 악화, 항로 이탈, 아군 오인사격 등으로 실패했고,
작전 구상에서 큰 균열을 발생시켰다.
연합군의 작전은 각국 지휘관이 병렬적으로 움직이는 구조였으며, 지휘조정(통제)이 아닌
병렬 협조에 의존했다. 이로 인해 각 부대 간 속도·방향 불일치가 발생했으며, 전술적 틈이 생겼다.
추축군
독일군과 이탈리아군의 전략은 시칠리아 방어 자체보다는 본토 철수 지연전에 중점을 둔
방어 후 철수 작전이었다. 메시나 항구를 통한 본토 탈출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으며,
시가전 유도보다는 철수 시간 확보를 우선시했다.
독일군은 제한된 병력을 시칠리아에 남겨 주요 지형에 기갑 매복대를 배치하고,
연합군의 측면과 보급선을 노리는 전술적 기동을 감행했다.
주로 중앙 고지대(트로이나, 비스카리 일대)에 병력을 투입하여
미군 제26연대를 포위·격파하는 데 성공했다.
독일군은 전략적으로 메시나 자체보다는 후방의 방어선 유지와 철수 경로 보호에 집중했다.
이탈리아군은 형식상 방어 임무를 유지하되, 본토 철수를 위한 시간벌기 전략을 택하며
일부 부대를 의도적으로 잔류시켰다. 주력은 철수하되, 잔류 병력은 가능한 한 오래 저항함으로써
후속 병력과 민간인의 이탈을 도왔다.
이탈리아군의 저항은 연합군의 최초 예상과 달리 맹렬했으며, 조직적이었다.
특히 방어선 잔류조는 철수 계획에 ‘희생’을 내포한 지시를 이해하고 있었고,
의무감과 사명감으로 임무를 받아들였다.
이탈리아군은 고정 방어선에서의 지속 저항으로 철수 시간을 벌고자 한 반면,
독일군은 기동방어를 통해 국지적 격퇴를 노리는 전술을 취했다.
시칠리아 전투는 예상과 현실의 격차, 그리고 전술적 대응의 비대칭성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연합군은 빠른 북진과 메시나 선점에 집중했으나, 추축군의 조직적 방어와 철수 작전은
그 흐름을 지속적으로 방해했다. 전장은 각기 다른 양상으로 분열되었고,
동시다발적 난전과 전략적 조율 실패가 겹쳐져 복합적인 혼란이 발생했다.
공수작전의 붕괴
제82공수사단의 야간 강하 작전은 두 차례 모두 실패로 귀결되었다.
첫 번째 강하는 기상 악화, 강풍, 항로 이탈로 인한 전면적 산개로 이어졌다.
두 번째 강하는 아군의 오인 사격에 의한 참사로 발전해, 중대 단위의 병력이 강하 전에 전멸하였다.
공수작전의 실패는 연합군 전체 작전의 리듬을 무너뜨리고,
보급·연계·정보 확보에 지속적 단절을 야기했다.
연합군의 진격 양상 : 속도와 방향의 불일치
미국 제7군과 영국 제8군은 병렬적으로 북상했으나, 각 군단의 진격 속도와 방식은 확연히 달랐다.
패튼의 제7군은 과감한 기동과 선점을 중시했지만, 이는 측면 노출과 후속 지원 미비로 이어졌다.
몽고메리의 제8군은 정밀한 교량 확보와 후속 정비를 우선시하며 느리지만 안전한 진격을 고수했다.
이로 인해 전장은 불균형한 전선을 형성했고, 특정 지점(트로이나, 프랑카빌라 등)에서는
양군 간 합류 실패가 발생했다.
통신 상 혼란과 상호 불신은 지휘조율 실패로 직결되었으며, 전투 손실에 대한 책임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추축군의 대응 : 철수와 지연의 이중 전략
독일군은 기갑 병력을 이용한 기동 방어를 통해 연합군의 측면을 반복적으로 위협하고,
특정 지형에서 협곡 포위, 도로 차단을 통해 국지적 격멸을 유도했다.
이탈리아군은 지연 방어에 특화된 잔류 전력을 고정 배치해,
일정한 시간 동안 적을 묶어두는 방식으로 철수를 지원했다.
특히 검은셔츠 여단은 보급이 고갈된 상태에서도 마지막까지 저항하며, 메시나 철수선 확보에 기여했다.
이탈리아의 고정 방어와 독일의 기동 방어는 전술적 융합보다는 병렬적 대응에 가까웠고,
결국 연합군의 진격을 지연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연합군의 작전적 혼선과 공중투하 실패의 반사효과였다.
※ 시칠리아 전역에서 추축군은 대규모 포위나 전면 궤멸 없이 철수에 성공하였고,
이탈리아군 일부는 전투불능 상태로 유기되었으나, 포로 규모는 제한적이었다.
이는 이탈리아 내부 지휘 붕괴 이전에 철수가 완료되었기 때문이며,
방어선 잔류조는 대부분 끝까지 저항하다 전장에서 소멸되었다.
연합군 측은 공수작전의 실패와 병렬 진격에 따른 지휘조율 미비,
그리고 추축군의 국지적 저항에 대한 과소평가로 인해 전술적 손실이 누적되었고,
특히 미 제82공수사단은 전개도 하지 못한 채 소멸된 병력이 수백 단위에 이르렀다.
전투는 전면전이 아닌 지형 중심의 각축전 양상으로 진행되었으나,
사단 단위의 손실과 일부 부대의 전열 붕괴는
이후 이탈리아 본토 상륙작전에서의 전력 재편과 전략적 부담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칠리아 전역은 작전 목표 자체는 달성되었으나,
그 진행은 연합군의 분열적이고 미완성된 협조체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연합군은 메시나 점령이라는 전략적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 과정에서
지휘조율 실패, 공수작전 붕괴, 그리고 병력 재편성 불가피 라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미국 육군은 이 전역을 통해 유럽 본토에서의 첫 실전 전투를 겪었으며,
그 결과는 기대와는 달리 자신들이 유럽 전장의 복잡성과 치열함에 대해
상당히 과소평가하고 있었음을 통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공수사단의 산개 및 전개 실패, 보병연대의 포위 격파, 전차부대의 지뢰 피해는
미군의 전투력 그 자체보다는, 실전 운영 경험의 부족과 지휘·통제 역량의 미성숙을 드러냈다.
이런 손실과 좌절은 단순한 전술적 실패를 넘어서,
미·영 양측 지휘부 간의 갈등과 불신을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을 남겼다.
시칠리아 전역 내내 노출된 병렬 진격과 지휘 충돌은 ‘연합’이라는 틀 자체의 한계를 자극했고,
이는 향후 본토 상륙작전에서의 지휘권 조정 및 작전주도권 경쟁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였다.
시칠리아 전투는 연합군의 전략적 승리였지만,
연합군의 승리는 전술적 우월이 아닌, 구조적 우위
—제해권, 병력 동원력, 전장 선택권—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하지만 승리를 대가로 연합군은 병력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과신을 잃었다.
그가 정신을 다시 차렸을 때 그는 이미 한참 동안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팔에 감긴 낙하산 줄은 피부를 조였고, 정신도 혼미한 상태였다.
처음엔 고함도 질러봤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포격 소리도 점점 줄어들고, 그는 고독 속에 삼켜졌다.
그리고 날이 밝을 무렵,
수풀을 헤치고 한 사람이 다가왔다.
낡은 헬멧, 낡은 총. 이탈리아군이었다.
병사는 나무를 올려다봤다.
그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말없이 총을 내려놓았다.
그는 낙하산 줄을 잡고 당겼다.
매듭을 풀고, 천을 잘라냈다.
미군 병사는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둘은 마주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미군 병사는 가방에서 물통을 꺼내 단숨에 비웠다.
그리고 당당히 걸어 나아갔다.
죽음을 거절당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걸음으로.
나뭇가지 위에 걸린 낙하산만이,
그 뒤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