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7월 : 롤란드 작전

'쿠르스크 돌출부를 절단하라'

by 전략 문학

(이 글은 '대체역사' 항목에 포함됩니다.)

(가져가시는 건 자유지만, 출처를 명기해 주세요)

[엔드지크] 시리즈

제1부 철혈의 지배

1943년의 장 7월

제2장. 롤란드 작전 : 쿠르스크 돌출부를 절단하라


프롤로그 : Führerleitung

자포리제의 남부집단군 사령부는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AKO 기갑집단은 프로호로포카를 뒤로한 채 벨고로드로 철수 중이었고

남부집단군은 오보얀–쿠르스크 축선을 따라 북상하고 있었다.

목표는 단 하나. 쿠르스크 점령과 중부집단군과의 연결을 통해, 돌출부 전체를 절단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성채 작전의 본질이었다.

이 대목표 앞에서 AKO도, 프로호로포카도, 작전 지도 위의 기호에 불과했다.

프로호로포카 평원에 남겨진 소련제 고철 더미를 뒤로한 채, 독일군은 별다른 저항 없이 진격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제5근위전차군이 주둔하고 있던 오보얀.

그 전략적 요충지는 너무도 쉽게 독일군 손에 들어왔다.

도로와 철도의 분기점. 성채 작전의 관문.

만슈타인은 그 소식을 늑대소굴에 알리려 했다.

그러나 수화기를 들기도 전, 신호등이 깜빡이며 전화가 울렸다.

1번 회선. 총통 직통 회선. Führerleitung.

“1번 회선, 총통 각하입니다!”

통신장교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외쳤다.

만슈타인은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정적.

그리고, 낮고 건조한 중얼거림이 이어졌다.

“… 시칠리아야. 결국 그놈들이 거기로 왔군… 처칠, 루스벨트, 전부… 예상 안 한 게 아니야.

문제는 저놈들이 교과서대로만 움직인다는 거지… 발칸을 연다고? 그럼 흑해가, 루마니아가…

젠장, 참모놈들은 아무도 이런 계산 안 해…”

총통 회선에서 먼저 들려온 건, 분노가 아닌 피로한 혼잣말이었다.

만슈타인은 절도 있게 응대했다.

“총통 각하. 남부집단군 사령관 만슈타인입니다. 오보얀 점령의 성과를 보고 드립니다.”

히틀러가 반응했다.

“시칠리아에 미·영군이 상륙했네. 결국 내 예상대로지.”

“예. 각하께서 언급하셨던 경로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쿠르스크는 포기하게. 즉시 남부집단군의 작전을 중지하고, AKO 기갑집단을 이탈리아로 돌리게.”

만슈타인은 잠시 말을 멈췄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말했다.

“각하. 현재의 돌파는 오보얀 점령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이대로 진격하면 쿠르스크 돌출부를 절단하고 중부집단군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전략적 전과입니다.”

“나는 전과가 아니라 전선을 본다! 시칠리아를 잃으면 이탈리아가 무너지고, 발칸까지 열리게 된다!

그걸 알면서도 동부에 매달릴 셈인가?”

“AKO는 장거리 진격 직후입니다. 보급과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채 철수한다면,

전력은 해체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탈리아로 전환하더라도, 즉시 기동은 불가능합니다.”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건, 기계음을 짓누르는 듯한 탁한 소리뿐.

그리고 다시, 혼잣말.

“… 이것들이 다 몰라. 다들 내 말을, 내 계산을… 모델도… 만슈타인도 결국은 지식인 흉내쟁이인가…”

그다음은 명백한 짜증이었다.

“거기 있나? 참모들은 뭐라고 하나? 만슈타인 말이 맞다는 건가?”

조심스럽게, 다른 목소리가 등장했다.

OKW 참모장 알프레트 요들이었다.

“각하… 현재 병참 상황과 도로 사정으로는… AKO의 즉시 재배치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정적.

그리고, 미세하게 떨리는 히틀러의 목소리.

“… 그래. 다 내 책임이지. 항상 그래왔어. 이젠 다들 그렇게 믿고 싶겠지. 좋아. 그렇게 해.

전부 당신이 하게. 당신이 동부를 다 해 먹으라고. 그 결과도 당신 책임이야. 내가 아니라.”

뚝.

수화기가 끊겼다.

통신실 전체가 얼어붙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만슈타인은 아무 말 없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짧게 말했다.

“쿠르스크로 진출한다. 준비되었던 롤란드 작전, 계속한다.”

그의 얼굴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사령부의 참모들은 분명히 보았다.

그의 입가에—

실눈처럼 스친, 냉소와 결단의 경계에 선 웃음을.

본편 : 명령 없는 전장, 소리 없는 패배

스타브카 회의실의 문은 예상보다 천천히 열렸다.

회의실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창밖은 회색 안개로 덮여 있었고,

조명이 탁자 위를 비추며 종이의 활자만을 강조하고 있었다.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오보얀이 함락되었고, 예비는 없다는 사실을.

그러나 이 방 안에서는 그 누구도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스탈린은 문서 한 장을 읽는 듯했으나, 이미 넘긴 지 오래였다.

그의 손은 움직이지 않았고, 시선은 바실렙스키의 얼굴을 겨누고 있었다.

조용히, 그러나 명백히 말하라는 압박이었다.

소련군 총참모장 바실렙스키가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오보얀 방면, 제5근위전차군 전투 불능. 제1근위전차군은 150대 이하.

그러나 적 전차 약 600대 파괴 보고. 전선은 안정 국면으로 진입 가능성…”

스탈린이 말을 끊었다.

“그래. 그들이 멈췄다 이거군.”

바실렙스키는 살짝 말을 더듬었다.

“… 예. 그렇습니다.”

그때 스피커에서 잡음이 흘렀다.

“여기는 스텝전선군 사령관 코네프입니다. 청취 중입니다.”

바실렙스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코네프 동무는 현장 통신망을 통해 접속 중입니다.”

국방부 제1부 인민위원(스타브카 대표) 주코프의 입장은 보고서를 통해 대체되었다.

바실렙스키가 넘긴 서류에 스탈린의 눈이 멈췄다.

“주코프 동무는 ‘적의 기동 정체를 틈타 즉각 반격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스탈린은 서류 위를 한 번 쓸어내리고, 낮게 중얼거렸다.

“적 전차는 멈췄다. 하지만,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은 있는가?”

스타브카 부총참모장(작전총국장) 안토노프가 작전 개요도를 펼쳤다.

“제2·제23전차군은 돈바스 고정. 제4전차군은 개편 중. 중부전선은 잔여 예비 20% 이하입니다.”

바실렙스키가 덧붙였다.

“로코소프스키 동무는 ‘현장 예비는 프로호로포카에서 대부분 소진되었다’는 보고를 전해왔습니다.”

스탈린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예비는 없지만… 전선을 내어줄 수는 없지.

적이 멈춘 건—우리를 두려워해서다. 우리가 밀어붙일 거라 생각해서.”

국방위원 불가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우리는 파르티잔 정신을 되살려야 합니다!

보병들이 소규모 타격조를 조직해, 정지한 적 부대의 측면을 파고들고—”

그 순간, 스탈린이 재떨이 쪽으로 담배를 털었다.

불가닌의 말은 끊기지 않았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눈을 마주 보지 않았다.

스탈린은 말했다.

“좋소. 파르티잔 이야기. 다음엔 마야콥스키 시집도 가져오시오.”

스피커가 다시 지지직거렸다.

“그 판단이… ‘600대 파괴’라는 수치 위에 세워진 것이라면…”

코네프의 목소리였다.

순간 정적이 흐르고, 회의실의 시선들이 스피커를 향했다.

스탈린의 시선이 스피커를 스쳐간 후, 그가 낮게 말했다.

“그 숫자를 만든 건 너희들이다. 난 믿을 뿐이지.”

내부인민위원(비밀경찰 총수) 베리야가 천천히 펜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오보얀 방면 사령부, 보고 체계 조사하겠습니다. 전투 종료 후에.”


오보얀 북부, 쿠르스크까지 약 40km.

기갑수색중대장 슈테판 대위가 정지 명령을 내리자 Sd.Kfz. 250/3 장갑차가 잠시 멈췄다.

그는 쌍안경을 천천히 내리고 지도와 주변 지형을 대조해 보았다.
‘이 속도면 본대와 거리가 너무 멀어지는데...’

곁에 있던 부사관이 웃으며 외쳤다.

‘계속 갑시다! 이 기세라면 저희가 쿠르스크 시내에 가장 먼저 입성할 겁니다!’

장갑차는 다시 전진했다. 그 옆에는 소련군 방어진지가 버려져 있었다.
슈테판 대위는 무전기의 주파수를 변경했다.
‘앞 부대, 선형 대형 유지. 속도 유지. 본대에는... 그냥 우리가 길 열었다고 말해라.’

그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햇살에 잠긴 능선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졌다.
너무 쉽게 풀려서 걱정이군. 매복이 아닐까 겁날 정도로.


얼마 뒤 쿠르스크 남부, 오보얀까지 약 35km.

상급부대는 ‘반격 준비’를 지시하였다. 독일군은 멈췄고, 반격으로 저들을 쓸어버릴 거라고.
저 후방의 스텝 전선군이 증원되면 대규모 반격이 진행될 거라고 하였다.
‘... 근데 저건 뭐야?’

‘전차 같은데...? 스텝 전선군? 하지만... 왜? 벌써?’

그는 총을 쥔 채 일어섰지만 도망가지도, 발사하지도 않았다.
그저 ‘반격 명령을 기다리는 자세’ 그대로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후퇴야 후퇴!! 우린 철수해야 해! 여긴 방어 진지가 아니라고!’

그는 총도 두고 뛰어갔다.

전차나 포탄이 아니라, 통신기의 정적이 그를 내몰았다.

정치장교가 진지에서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멈춰라! 도망가지 말고 싸워라! 반격 명령이 내려올 때까진 이곳을 사수한다!’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았다.

병사들은 총도 버리고, 철조망을 넘어서 숲으로 사라졌다.

‘동무... 날 두고 가... 일어서질 못하겠어... 어차피 여긴 끝이야...’

그는 주저앉은 채 헬멧을 벗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련군 제60군 예하 사단 지휘소.

‘무슨 일이야? 반격 개시는 스텝 집단군 합류 이후에 상급부대 승인하고 진행한다고 했잖아.
누가 명령했나? 누가 지시해서 공격에 나섰나?’

사단 참모가 무전기에 대고 소리쳤다.

‘----쾅!--지지직---'

'지금 철수? 지금 전투?... 뭐라는 건가?’

질문도 헛되이. 무전이 끊겼다.

오보얀과 쿠르스크 사이에서 ‘반격 작전’을 위해 배치되고 있던 붉은 군대 제60군과 제13군은

전열을 갖추기도 전에 독일군의 공격에 노출되었고, 변변한 지휘나 저항 없이, 산개한 채 소멸했다.


제60군과 제13군 붕괴 후 약 4시간 뒤, 쿠르스크 동측 30km.

스텝 전선군 예하 제82근위소총사단.

병사들은 트럭에서 졸고 있었다.

탄약상자는 아직 열차에서 하역 중이었다.

장교들은 몇 개 안 되는 무전기를 가운데 두고 모여 앉아있었다.

‘하차 위치 확인 중입니다. 아직 추가 명령 없습니다.’

‘아직 쿠르스크까지 30km는 남았습니다. 지금 전투대형으로 전개하면 도착까지 늦습니다.’

그때였다.

하늘을 가르고 날아온 포탄 한 발이 열차와 트럭 행렬을 강타했다.

순식간에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일제히 쏟아지는 포탄.

다들 엎드리거나 산개하거나 소산 하라는 명령이 하달되기도 전에 폭풍과 파편이 휩쓸고 지나갔다.

유폭에 휩쓸린 사람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반격하라... 반격하라...!!’

‘쏴라! 뭐라도 쏴라!!’

아무도 적을 보지 못했고, 아무도 명령을 듣지 못했다.

누군가 불타는 도로 한가운데서 외쳤다.

‘이게... 전쟁이야?’

폭풍과 함께 철편이 흩날리며, 대답을 대신했다.

쿠르스크 동쪽 약 200km. 보로네시. 스텝 전선군 사령부

스텝 전선군의 사령부는 이동을 준비하여 작전을 지휘하고 있었다.

스텝 전선군 사령관 이반 코네프는 지도 앞에 서있었다.

지도 위에서, 전선은 여전히 붉은 마크로 가득히 이어져 있었다.

제13군, 제60군, 제82근위소총사단.

코네프는 연필로 선을 긋다가, 잠시 멈췄다.

‘그래서, 지금 제82근위소총사단은 어디에 있나?’

참모가 대답했다.

‘제13군과 60군은 통신연결이 전혀 되고 있지 않습니다.

... 근위소총사단은 전개 중에 포격당했습니다.’

코네프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반격 명령은 아직 하달되지 않았는데.’

그는 다시 연필을 잡고 지도를 보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몇몇 부대에 선을 그었다.

82근위소총사단을 비롯한 선발 부대에 철수를 지시하라. 전선군에 대기 명령을 하달하라.’

얼마 뒤, 보고서 하나가 작성되어, 스타브카로 전달되었다.

‘반격을 위한 여건이 전혀 조성되어 있지 않음. 독일군은 오보얀에서 멈추지 않고 진격하였고,

제13군과 제60군이 붕괴되고 쿠르스크 시가 함락되었음. 루미얀체프 작전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함’

단 세 장 짜리 보고서.

하지만 그 보고서에 적힌 문장들은,

사단 몇 개로는 환산되지 않는 무거운 패배를 뜻했다.

분석 : 지도 위의 전선, 전선 위의 부대


1. 작전 구상과 배치

쿠르스크 돌출부를 절단하기 위한 독일군의 2차 작전은

이전의 프로호로프카 공방전을 수행한 AKO 기갑집단이 벨고로드로 철수한 직후 본격화되었다.

이번 작전의 주력은 남부집단군(HGr. Süd)이 맡았으며

이미 방어선이 허물어진 소련군의 약점을 타고 오보얀–쿠르스크 축선으로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소련군의 기동예비는 이미 대부분 소진된 상태였고,

이를 기회로 삼은 독일군은 제한적인 기갑 및 기계화 전력만으로 회랑 확보와 포위망 구축을 추진했다.

이 작전의 본질은 대규모 돌파전이 아니라 통신망과 지휘체계가 미비한 소련 병력들을 전선에서 분절시키고

고립된 상태로 제거하는 데에 있었다.

특히 소련군의 중부전선군, 보로네즈 전선군, 스텝 전선군 병력은 돌출부 내부에 중복·산개된 상태로

배치되어 있었고, 대부분이 반격 준비를 위해 참호선을 이탈한 채 재편성 중이었다.

이는 지휘 통제의 공백과 병력 분산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만든 구조적 배치였다.


2. 교전 양상

이 작전은 전형적인 전투 개시 없이, 말 그대로 ‘시작되지 않은 전투’로서 전개되었다.

제60군과 제13군은 ‘반격 준비’ 명령 하에 방어진지가 아닌 평지에 대기 중이었으며,

독일군 기동부대의 기습적 전진과 우회에 따라 포위선상에서 노출된 채 붕괴되었다.

두 부대는 철수나 방어 명령 없이 전장에 고립되었고

통신 두절 하에 각개 분산되어 사실상 저항 없이 소멸되었다.

이어 도착한 스텝 전선군의 예비부대인 제82근위소총사단은

쿠르스크 동측 30km 지점에서 하차 중 포격을 받아 전개 이전에 무력화되었다.

통신망은 정지되어 상급 지휘부의 명령은 전달되지 않았으며

하급 지휘관들조차도 전투 지시 없이 병력을 상실하는 혼란에 빠졌다.

이 전투는 작전이라기보다, 구조 붕괴에 가까운 전장 사건이었다.

지휘망과 명령의 부재가 적보다 먼저 아군을 제거했고

쿠르스크를 향한 포위망은 독일 남부집단군의 북진과 함께 완성되었다.


3. BDA(Battle Damage Assessment) 요약

※ 쿠르스크 돌출부 내에서 실질적으로 소멸된 소련군 전력은 전선군급 수준에 이르렀다.

완성된 포위망 속에 갇힌 8~11개에 달하는 사단이 소멸되었다.

1943년 당시 동부전선의 독일군은 체계적인 포로 수용 능력이 떨어져,

불필요한 수용을 피하고 현장에서 처분하는 사례가 급증하였고 포로의 숫자도 많지 않았다.

포로로 인정된 이들은 대부분 ‘가치 있는 인물’,

즉 군의관, 위생병, 기술사관, 통신병, 문서요원 등에 한정되었다.


3 부록 : BDA 분석

이번 작전에서 독일군은 1만 명 이하의 손실로, 소련군 수만 명을 무력화했다.

이러한 ‘비대칭적 병력 교환비’는 단순한 병력의 질이나 장비 수준 차이가 아니라

다음의 다섯 가지 구조적 요인에서 기인했다.

1. 성립되지 않은 전투

소련군은 반격을 위한 배치 중 혹은 명령 대기 중 상태였으며 실제 방어선도, 포진도 갖추지 못했다.

독일군은 소련군이 재조직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조직된 공격’이 아니라 ‘급속공격’을 실시하였다

2. 지휘 체계 붕괴

소련군의 중부전선군은 통신망 두절, 명령 부재, 사단 단위 분산 상태였으며

제60군과 제13군은 명확한 철수나 방어 지시 없이 각개 분산되어 자연 붕괴했다.

반면 독일군은 사단~군단~집단군까지 명확한 명령 라인을 유지하고 있었다.

3. 예비 병력 전개 실패

스텝 전선군 예하 예비부대들은 하차 중 포격, 전개 미완료 상태에서 격파되었다.

예비 병력 투입 실패로 고립되거나 분산된 부대들을 구원할 방법도 사라졌다.

4. 후퇴 명령 없음

포위망 내에 남아 있던 병력은 적절한 철수 명령을 듣지 못했으며

일부는 도주했고, 일부는 명령을 기다리는 자세 그대로 죽었다.

이들은 살아 있었지만 단위부대로 기능하지 못했으며

'조직력 없는 병력'은 존재하지 않는 병력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5. 독일군의 구조적 최적화

남부집단군은 AKO 철수 이후 남겨진 진공 구간을 정확히 분석하고

불필요한 전투 없이, 최소한의 충돌로 돌출부를 절단하는 데 집중했다.

쿠르스크 점령과 중부전선군 고립이라는 핵심 목표만을 겨냥하였으며

이는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전략적 효과를 거두는 '기동–타격–소탕' 연계작전의 전형적 구현이었다.


4. 작전적 효과

롤란드 작전은 전장을 넓힌 것이 아니라, 전선 자체를 없애버렸다.

쿠르스크 돌출부는 물리적으로 절단되었고

그 내부에 존재하던 병력은 포위망이 닫히기 전부터

통신 두절과 명령 실패로 인해 사령부의 손바닥 안에서 증발했다.

전선 단위로 보자면

중부전선군은 실질적으로 해체되었고,

보로네즈 전선군은 유효한 기동전력을 상실했으며,

스텝 전선군은 예비 병력의 전개 실패로 후속작전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스타브카는 결국 루미얀체프 작전(반격 작전)의 전면 재검토를 실시하게 되는데,

그 요청은 ‘후퇴’나 ‘재편’을 논의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작전 자체의 부재’를 선언한 것에 가까운 문서였다.

이 작전은 독일군이 새로이 넓은 지역을 점령한 것이 아니다.

이 작전의 본질은—소련군 전선군급 전투력을 지도에서 지워버린 것이었다.


에필로그 : 여기는 38 소총중대

포격 소리. 일방적이다. 우리 포대는 어제부로 입 다물었다.

참호 안을 둘러본다.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구분조차 어렵다.

몇몇은 포격이 쏟아지는데도 손을 들고 참호 밖으로 걸어 나간다.

쏴 죽여봤다. 일갈도 해봤고, 멋들어진 연설도 해봤다.

하지만 이제 안다.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걸.

갈 테면 가라. 어차피, 죽을 거니까.

운이 좋은 건지, 옆에는 무전기가 있다. 통신병이 나 조는 틈을 타서 두고 갔나 보다.

기특한 녀석. 그래도 통신병이라고, 갖다 버리지는 않았군.

마지막 희망을 여기에 걸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는 천천히 주파수를 조정했다.

삐—지지직—…

잡음뿐이었다.

‘연대본부, 응답 바란다. 여기는 38 소총중대. 38 소총중대장 바실리 대위다.

쿠르스크 서측 약 20km 지점. 잔여 중대원 18명, 탄약과 식량 모두 소모했다.

... 반복한다. 여기는 38 소총중대. 여기는...’

그는 순간, 말을 멈췄다.

상대방이 대답할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적처럼 누가 응답하더라도, 그 대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무전기를 내렸다.

그는 눈을 감았다.


'엔드지크' 소개문 : 전략문학으로 읽는 제2차 세계대전의 또 다른 결말

https://brunch.co.kr/@721d268ebf35471/5/write

'엔드지크' 장 설명

https://brunch.co.kr/@721d268ebf35471/6/write

keyword
이전 03화43년 7월 : 쿠르스크 전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