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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Jun 10. 2022

'추앙' 돋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리뷰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스포인 듯 스포 아닌 스포 같은 리뷰

여느 드라마처럼 <나의 해방일지>에도 인상 깊은 대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기존의 드라마와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대사를 이루는 문장 속 특정 단어들이 주는 임팩트부터 남다르다는 점이다.


  명대사랍시고 굳이 하나의 완전한 문장으로 대사를 줄줄 외울 필요가 없다. 단어 하나가 어찌나 고농축인지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추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거의 3초 만에 경기도 산포시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드라마는 ‘명대사 맛집’이 아니라 ‘명사 맛집’이다.


  동시에 ‘연기 맛집’이기도 하다. 캐스팅을 보면 이 배우들 말고는 다른 배우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손석구 배우야 설명하는 시간이 아깝고, 김지원 배우는 염미정 그 자체였으며, 이엘 배우도 정말 현실에 있을 만한, 짠한 큰누나 같았다. 일일이 다 언급할 수 없지만, 그 외의 배우들도 장인에 가까운 연기로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주변의 누군가를 계속 떠오르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이민기 배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철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헷갈리게 하는, 집에 있을 법한 현실 남동생 혹은 오빠의 모습과 찌들 대로 찌든 직장인 연기의 절정을 동시에 보여준다. 드라마 초반에는 그렇게 정이 가는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드라마가 끝날 때쯤 되니, 이민기 배우가 열연한 염창희에게 가장 정이 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는 해방에 관해 이야기한다. 주연, 조연할 것 없이 모두가 해방을 향해 가는 여정을 그려낸다. 무거운 현실에 매여 있어 해방을 꿈꾸고 있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이다.


  드라마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해방이라는 주제는 매력적이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도 완전하게 다가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더 그럴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삶은 해방과는 정반대에 놓여있을 때가 많다.


  경제적인 자유를 위해 직장에 다닌다고 하지만 돈은 쉽게 모이지 않고, 일에 계속 치여 살게 된다. 헛헛한 마음에 누군가를 만나지만 채워지기는 커녕 공허만을 남길 때가 더 많다. 해방을 위해서 붙잡았던 것들이 도리어 우리를 더 옥죄어 온다. 해방되기 위해 열심히 살수록 더 구속되는 듯한 느낌이다.


  작가는 이런 우리에게 해방을 향해 갈 수 있는 한 가지 길을 제시해 준다. 그 길은 ‘추앙’이라는 단어로 시작했고, 마지막 회에 이르러 또 하나의 단어인 ‘환대’라는 명사로 완성되고 있다. 결국, 해방을 향한 여정은 추앙과 환대를 통해서 가능한 것임을 알려준다.


  나도 해방을 꿈꾸며 살아간다. 해방을 향해 가는 길이 제법 긴 여정이겠지만 지칠 때마다 이 드라마를, 이 드라마 속에서 보물처럼 만난 ‘명사’들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 드라마를 계속 추앙하고 추억하며 얻은 힘으로 힘껏 환대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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