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세곡 Apr 14. 2022

스물다섯, 스물하나 최종 리뷰

<tvn 드라마>스물다섯, 스물하나 스포일러 리뷰

-스물다섯, 스물하나 최종 리뷰 (스포 주의)-


드라마가 종영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결말 때문에 원성이 자자하다. 특히 충성 팬들이 느끼는 배신감이 너무 큰지 다들 역적이 되어 쿠데타라도 일으킬 태세다.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권도은 작가를 향한 팬들의 분노는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듯하다. 누구 말마따나 이 정도면 차라리 주인공 둘이 드라마 밖에서라도 진짜 사귀어줘야 끝날 판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패착은 남주 ‘백이진’을 전혀 성장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주 나희도는 물론이고, 주변 인물들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역경을 딛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백 이진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물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뉴스 메인 앵커에 발탁된 백이진도 겉으로 보면 성공한 듯 보인다. 아무리 IMF 버프빨이라지만, 고졸 사원 신화라는 기염을 토한 것임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앵커로 가는 과정에 있다. 작가는 희도와 이진을 서서히 찢어놓고자 '911 뽕'을 오지게 넣은 것 같긴 한데 그럼에도 테러 사건 이후 이진이 보여준 행동들은 납득이 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이진이 아무리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캐릭터로 설정되었다지만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에 과몰입하는 것은 기자로서 거리두기에 실패한 모습이었다.


  희도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고 스포츠국에서 사회국으로 소속까지 바꾼 그였다. 아무리 참사이고 재앙이라지만,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놓아버릴 만큼 힘들어하는 모습은 무너진 빌딩 속에 그의 멘탈도 함께 매몰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진이 앵커가 되어가는 과정은 희도와 이별해 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진은 뉴욕 특파원을 지원하는데 희도에게 알리지도 않고 결정해 버린다. 또한 지 힘들다고 핵잠수함 마냥 저 깊고 깊은 태평양 속으로 잠수 타버린다.


  물론 이진은 희도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를 짐을 지우기 싫어서라고 했으나 이는 비겁한 변명이고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선택에 지나지 않는다. 이진과 희도가 지금껏 키워온 사랑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관계에 기반을 둔 것이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이진은 앵커로 성공한 듯 보이지만, 기자로서도 남자 친구로서도 모두 실패한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이러한 이진의 모습은 과거 희도의 엄마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친구를 희생물로 삼았던 모습과 아주 무섭게 닮아있기 까지 하다. 그가 얻어낸 뉴스 앵커의 자리란 자신을 사랑해준 희도를 버리고 얻어낸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말 그대로 사랑 대신 야망을 택한 꼴이 되어버렸다.


  결국, 이 드라마의 마무리가 오지게 실망스러운 이유는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을 넘어 백이진이라는 캐릭터의 성장을 작가가 무참히 무너뜨려버렸다는 데 있다. 모든 캐릭터들이 다 자신만의 성장을 이뤄가는 동안 ‘백이진’만 성장하지 않게 만든 작가의 만행은 ‘국민 첫사랑 남친버전’으로 등극할 뻔했던 우리 이진이를 전형적인 찌질남으로 퇴화시켜버렸고, 명작이 될뻔한 망작으로 우리에게 깊은 마상을 입히고 말았다.



  이 드라마를, 그리고 드라마 속 주인공을 사랑했던 이유는 단순히 한여름밤과 같은 청춘의 뜨거운 사랑 때문만은 아니었다.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그 시절의 성장과 아픔을 기억나게 해 준 그들의 이야기가 순수하고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마무리가 이렇게 되어 몹시 속상하지만, 잠시나마 청춘으로 돌아간 것처럼 마음껏 꿈꾸고 응원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물다섯, 스물하나 중간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