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평은 존재를 만나는 시간

100일의 글쓰기 - 19번째

by 천세곡

글자 너머의 얼굴을 본다는 것은 눈부신 일이었다. 문장마다 살아있는 목소리들은 귓가를 지나 내면 깊숙이 큰 울림이 되어 다가왔다.


100일의 글쓰기를 함께 하고 있는 분들과 온라인 합평 모임을 가졌다. 참여한다고는 했지만, 솔직히 말해 부담이 컸다. 합평을 해본 지 오래라서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다.


온라인 모임이긴 하지만, 따로 시간을 내서 만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럴 시간에 오늘 써야 하는 글 한편을 써내는 것이 더 맞지 않나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미 글과 댓글로 소통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들의 글을 계속 읽어 오고 있었으니까 그들에 대해서 다 알고 있는 양 착각하고 있었다.


합평 시간이 시작되자, 이런 생각들은 모두 산산조각 나버렸다. 카메라를 통해서이긴 하지만, 상대방을 글만이 아닌 오감으로써 마주한 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신비로웠다. 원래 읽어왔던 글들이었음에도 전혀 다른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좀 어색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어색함마저도 여백의 미로 다가왔다. 호의를 담아 성실하게 마음을 쌓고, 온기로써 열심히 여백을 채워냈다. 그렇게 우리는 공존하는 시간 속에 혼자서는 결코 완성할 수 없는 궁전을 지어나갔다.


왜 우리가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함께여야만 하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 준 어제였다. 단순히 좋았다는 말 한마디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다 같이 공유한 시간들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소중한 사람의 얼굴에서 발견한 별처럼 빛이 났고, 사랑하는 엄마가 밥 위에 올려주던 반찬처럼 맛있었으며, 일상 속 지극히 작은 것에서 발견해 낸 깊은 통찰과 같았다고. 모두를 환하게 웃음 짓게 만드는 아이의 미소처럼 맑은 영혼을 만난 순간이었다고.




*사진출처: Photo by Chris Montgomer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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