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글쓰기 - 23번째
나는 이북 사람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가능한 거의 모든 책을 전자책으로 본다. 책을 살 때는 물론이고 도서관에서 빌릴 때도 무조건 이북을 선택한다.
이북(ebook: 전자책)을 선호한다. 내 인생은 이북을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북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도 할 수가 없다.
이북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은 건,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올 때부터였다. 원래 한적한 소도시에 살다가 직장문제로 서울로 옮기게 되었는데 시세 때문에 원래 살던 집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의 집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짐을 최대한 줄여야만 했다.
문제는 책이었다. 엄청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이사 갈 집이 워낙에 좁다 보니 책꽂이 한 줄 정도만 남기고 모두 처분해야만 했다. 고민 끝에 필요한 책들을 스캔하기로 마음먹었다.
책의 제본 부분을 잘라내고 복합기에 넣어 스캔해 PDF파일로 변환시켰다. 만들어진 파일들을 종류별로 분류해 폴더에 넣어 컴퓨터 속에 저장했다. 작업시간이 꽤 걸리기는 했지만, 덕분에 책장을 텅 비워낼 수 있었다.
이사를 하고 난 후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다. 집이 좁아서 짐을 더 늘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해서 이북에 진심일 수밖에 없다.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먼저 전자책으로 출간이 되었는지를 확인하고 무조건 전자책으로 구입했다.
전자책 시장이 많이 활성화되었지만 종이책으로 출간되는 책이 훨씬 더 많고, 종이책으로만 나오는 책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구입한 뒤, 책을 잘라 스캔하여 같은 방식으로 나만의 이북으로 계속 만들었다.
덕분에 나의 책장은 여전히 한가롭고, 여유가 있다. 대신, 유명 온라인 서점 프로그램과 내 하드에는 전자책이 가득하다. 휴대폰을 비롯해 태블릿 PC와 노트북에는 ebook 프로그램이 깔려 있다. 나는 언제 어디서든 마음먹으면 내가 가진 책들을 꺼내 볼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물론, 전자책의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한 장씩 넘기는 맛이 없고, 만져지지 않으니 겉표지와 속지의 물성도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 종이책의 감성인, 세월 따라 바래가는 표지나 오래된 종이냄새도 느낄 수가 없다. 실제로 이런 것들을 포기 못해서 종이책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젠가 나만의 서재를 가질 수 있게 된다면, 다시 책장을 채워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감성보다 현실의 실용성에 더 무게를 두려고 한다. 나는 계속 이북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당분간 나는 책장 대신 폴더에 전자책을 채우는 재미로 살아갈 듯싶다.
*사진출처: Photo by freestock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