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힘든 글.

100일의 글쓰기 - 26번째

by 천세곡

요즘 제일 쓰기 힘든 글은 댓글인 것 같다. 아주 짧은 문장의 댓글이라도 막상 적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때가 많다. 다른 사람의 글을 잘 읽고 거기에 글로써 충분히 반응하는 것. 생각보다 나에게는 꽤 어려운 일이다.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겠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까지 글쓴이가 어떤 수고를 했을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만 해도, 하나의 글을 써내기 위해서 글감을 생각하고 생각들을 정리하고 정리된 것들을 나열하면서 시간과 정신적인 에너지를 꽤나 쏟아낸다.


심지어 글을 다 쓴 후에, 함께 올리기 위해서 고르는 사진조차 절대 허투루 보는 법이 없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글이 담고 있는 주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고자 애쓴다. 두세 번 정도 퇴고하고, 사진 골라 첨부하고 업로드하는 그 순간까지 나는 마음을 놓지 않는다.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한편 한편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물론, 우스갯소리에 가까운 장난기 가득한 글은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내려고 애쓴 글보다 짧은 시간 안에 써지기는 한다. 그럼에도 쓰는 과정 내내 밀도에서만큼은 별 차이가 없다. 못 쓴 글은 있어도 대충 쓴 글은 거의 없다.


글쓰기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글도 쉽게 읽어 내려가는 법이 없다. 아니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 그 애씀을 알기에 가볍든, 무겁든, 웃기든, 슬프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읽는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100일의 글쓰기다. 이 도전 덕분에 내 글은 더 많이 쓸 수 있게 되었지만, 다른 글벗들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다는 일은 계속해서 밀리고만 있다. 이번 추석연휴가 말 그대로 황금연휴라서 벼르고 별러왔으나 연휴의 3분의 2가 지나는 이 시점까지 지지부진하다.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다른 이의 글을 읽는 것 역시 마음을 담는 작업이다. 그래서 나는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적는 소위 댓글 작업에도 시간과 노력을 꽤나 투자한다. 개인적인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을 최대한 아껴보고자 댓글 작업을 조금은 대충(?)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무언가 죄짓는 느낌이 들어서 그럴 수도 없다. 어떤 작업도 소홀히 하고 싶지 않다.


나의 글쓰기는 함께 쓰고 읽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내가 글쓰기를 관두지 않는 한 이는 앞으로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이미 많이 밀려버렸지만 여전히 나는 그 무엇도 대충 할 생각은 없다. 내 글을 아끼는 만큼, 당신의 글도 좋아하니까.





*사진출처: Photo by Avi Richard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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