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글쓰기 - 27번째
추석 명절은 이미 끝났는데 연휴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 추석은 주말과 이어져 나흘을 쉬게 되었고 개천절이 징검다리 휴일로 붙어버렸다. 중간에 끼인 그 하루가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어 엿새나 빨간 날이 되었으니 그야말로 황금연휴였다.
명절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았었는데 요즘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작년 추석이나 지난 설과 비교해 봐도 이번 추석은 또 다르다. 내 주변만 봐도 기존 방식의 가족 모임은 최소화하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옛 문화를 아끼는 분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안타까워하지만, 아마 더 가속화되면 되었지 예전과 같은 명절의 모습이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전통을 경시하는 풍조에서 기인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의 형태도 많이 바뀌었고, 사회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세대들의 가치관도 이전 세대와는 많이 달라졌다.
부모 세대들은 당연하게 여기며 받아들였고 혹여 싫더라도 따라갔지만, 지금의 세대는 이해되지 않는 것을 그냥 용인하는 법이 없다. 단순히 전통이라는 이유만으로 고분고분 따르는 법은 결코 없다는 말이다. 잘못된 것은 따라가지 않을 뿐 아니라 바꿔가려는 적극성과 실행력이 있는 것이 바로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전통과 풍습이라는 명분 아래 행해졌던 명절의 풍경들 속에는 불편한 것들이 꽤 많았다. 명절만 되면 마치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 누가 누구의 무슨 뻘이네 하며 서열을 확실하게 나누어 분위기가 경직되는가 하면, 명절 음식 준비를 위해 주로 여성들만 혹사를 당하기도 했다. 우리의 명절 문화에 불합리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기원은 다르겠지만, 결국 명절마다 기리는 정신은 다 같은 것이 아닐까. 조상에게 감사하고, 모인 가족끼리 행복한 화합의 시간을 갖는 것 말이다. 이것은 시대를 초월해 명절마다 우리에게 있어야 할 변해서는 안 될 가치와 같다. 이러한 가치를 지킬 수 없다면 아무리 오랜 세월 전통의 모습으로 지켜왔던 것이라 할지라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물음표를 던질 필요가 있다.
명절의 진정한 정신과 가치를 고수할 있다면 겉으로 보이는 풍습과 문화는 얼마든지 시대에 맞게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계절의 변화에 맞게 우리가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말이다. 평소에도 그래야겠지만 명절에는 특히나 가족들 중 어느 한 사람 소외되거나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고 따뜻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
오래 쉬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 명절 연휴가 길어지는 것은 언제든 대환영이다. 다만, 명절 문화의 질적인 변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길어진 만큼 서로에 대한 깊이 있는 배려도 동반될 때, 비로소 우리 모두의 황금연휴가 될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