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음을 깨뜨리기.

100일의 글쓰기 - 28번째

by 천세곡

다른 사람과 갈등이 생기면, 줄곧 나의 마음은 낯설음으로 가득 찼다. 나와 마주하고 있는 이가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는지, 서로를 깊이 알던 사이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주고받는 말 자체도 상처가 되었지만, 그보다는 지극히 낯설게 다가오는 서로의 존재가 더 큰 아픔이 되었다.


큰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며 싸우지 않더라도 평소와 달리 차갑게 식어버린 언어들이 오가는 순간, 모든 것이 낯설어졌다. 상대의 굳은 표정 뿐 아니라, 함께 숨 쉬고 있는 공기나 흐르는 시간조차 낯섦 그 자체로 다가왔다. 감정의 갈등이라는 것이 마치 마법이라도 부려 모든 것을 낯설게 만들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 낯설음이야말로, 화해로 가는 길을 가장 완벽하게 틀어막는 걸림돌이 되었다. 길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상대방을 향해 한 발자국 내딛는 것조차 너무 두려웠다. 옴짝달싹 못하는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경직되었고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만 머릿속을 떠다녔기 때문이다.


화해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낯섦을 극복하는 것이 선결과제였다. 이는 낯섦을 깨뜨릴 수만 있다면 생각보다 많은 진전을 꾀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그리고 내 경험상, 이러한 말 한마디와 작은 행동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낯섦의 장벽에 균열을 내는 일의 시작이 되어 주었다.


생각해 보면 아내와의 갈등이 있을 때도 그러했다. 직접적인 사과의 말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이러한 노력들이 더 필요했다. 이것이야말로 상대방의 마음속에 신뢰의 숨을 채워 넣는 작업이기도 했다. 사실, 낯설음이 힘든 이유는 그 자체로 불안 요소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불안감을 안정감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했다. 서로를 향한 마음에 변함이 없음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낯설음을 깨뜨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낯설음이 깨지기 시작할 때 불안과 불신의 장벽들도 함께 무너지기 시작했다.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평상시처럼 행동하려는 노력만으로도 충분했다.


기분이 내키지 않아도 늘 해왔던 인사를 건네고,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묵묵히 해내는 것이다. 낯섦은 깨뜨리고 원래의 익숙함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만약 서로의 감정이 많이 상한 상태라면, 시간이 좀 걸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낯섦이라는 벽에 금이 가도록 만들 수만 있다면 노력해볼만 한다.


지금 갈등 중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극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시달리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낯선 공기의 흐름부터 바꾸는 것이다.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시도하려고 애써보자. 그러한 노력들이 걸림돌인 낯섦을 깨뜨리고 우리를 화해로 건너가게 해줄 디딤돌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사진출처: Photo by Manuel Meuriss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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