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글이라도 괜찮다.

100일의 글쓰기 - 38번째

by 천세곡

글쓰기가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너무 막막했는데 매일 한 편씩 글을 쓰다 보니 이제는 뭐라도 쓰게 된다. 컨디션이 무척 안 좋고 아픈 날조차 다만 몇 자라도 써내는 중이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하나의 루틴이 되어 익숙해졌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아직도 100일의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꽤 오랜 기간이 남았는데, 도전을 성공하기 위해서 나름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그 이전에 써왔던 글들은 어떻게든 잘 써야만 한다는 부담 안에서 나온 것들이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저 그런 글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인, 말 그대로 노오력이 담긴 글들이었다.


내가 쓴 글은 나 자신처럼 여겨진다. 글이 못나면 내가 못나 보였다. 조금 더 나은 글을 위해 고치고 또 고치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은 무척이나 지루하고 괴로웠다. 이게 싫어서 그동안 더 자주 쓰지 못한 것도 있었다.


이러한 마음부터 걷어내야 했다. 글쓰기를 연속해 가기 위해 나에게 제일 필요한 건 잘 쓰겠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었다. 좋은 글을 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에는 어떤 글이든 써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런데 나는 이것이 매우 어렵다. 조금 부족하거나 가볍더라도 더 욕심부리지 않고 그날의 글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당장에 책을 내는 것도 아니고 원고료 지급을 받는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그 욕심을 버리는 것이 힘들었다.


한 달을 넘겨서 쓰다 보니 이제야 그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정확히는 잘 쓰려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으면 해낼 수가 없었다는 표현이 더 맞다. 꽉 찬 일상에서 빈틈을 찾아 그곳을 글쓰기로 메워가는 작업은 잘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과 다짐 없이는 불가능했다.


지금까지 써온 서른 개 넘는 글들은 잘 쓰려는 마음과 그냥 쓰려는 마음의 사투 끝에 나온 글들이다. 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의 글들은 더욱 힘을 빼고 쓰고 싶다. 너무 마음 쓰지 말고,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 한다. 조금 못난 글이라도 괜찮다. 쓰는 삶이 더 익숙해지고 글쓰기와 더 친해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사진출처: Photo by Trent Erwi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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