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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Oct 20. 2023

지금은 갸울이다.

100일의 글쓰기 - 45번째

정말 화들짝 놀랐다는 표현이 맞다. 출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나를 맞이해 주는 것은 매서운 칼바람이었다. 어제와 너무나도 다른 바람의 결이 차갑게 옷깃을 스쳤다.


  날씨가 추워질 것은 일기예보를 통해 알고 있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챙겨 입었는데도 너무 추웠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에 적응을 못한 내 몸은 격렬하게 쪼그라들었다.


  어찌나 어깨를 움츠렸던지 쥐가 날 정도였다. 이럴 때는 내가 라운드 숄더인 게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등껍질로 숨으려는 거북이마냥 최대한 온몸을 몸통 쪽으로 밀어 넣었다. 


  하필, 오늘따라 점심 약속이 있어서 구내식당이 아닌 외부로 나가야 했다. 그래도 점심때쯤 되면 날이 좀 풀릴 거라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약속 장소까지 1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거리였는데,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적어도 10월 말까지의 바람은 바람막이로 충분히 커버 가능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오늘 부는 바람은 바람막이로도 전혀 막아지지 않았다. 패딩을 입었어야 했다는 후회가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샘솟았다.


  어쩔 수 없이 햇빛이 비치는 쪽으로 열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태양이 싫어 피해 다녔는데 이제는 되려 쫓아다니고 있다. 오늘 나는 한 송이 해바라기였다. 


  그래도 아직 가을이어야 하는데, 오늘 날씨는 선을 넘어도 너무 씌게 넘었다. 날씨도 맥락이란 게 있어야지, 하룻밤 지나고 갑자기 겨울이라니.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냐고?


  주말까지 계속 춥다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한 겨울에 입는 롱패딩 장착하고 싶은데…. 이건 나도 선을 씌게 넘는 거겠지. 그나저나 지금의 계절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 가을인데 겨울 같으니까 ‘갸울’이라고 해야 하나?




*사진출처: Photo by Matthew Henr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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