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균형 잡기

100일의 글쓰기 - 52번째

by 천세곡

며칠 전, 심리검사 결과를 듣는 날이었다. 의사는 나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했다. 마음은 한잔의 컵과 같고, 그 안에 담겨있는 물이 스트레스라고.


나의 경우 평상시에도 남들에 비해 물이 조금 더 많이 차 있다고 했다. 내가 특별히 어떤 행동을 해서라기보다는 태어날 때부터 그런 사람들이 있으며 타고난 기질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의사는 나의 예민함도 짚어냈다. 갈등이 생기면 주변을 끊임없이 살피지만, 정작 속의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삭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다 한계점을 넘게 되면 토해내듯 폭발할 수 있다고.


나는 그의 말에 멋쩍게 웃고 말았다. 내 속을 완전히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주에 심리검사지를 받았을 때는 좀 심드렁했었다. 체크해야 할 문항이 생각보다 많아서 귀찮았고, 무엇보다 이까짓 테스트가 나에 대해서 얼마나 설명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심리 검사에 대한 해석을 듣고 나니, 나의 편견은 보기 좋게 깨졌다. 더불어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심도 되었다. 나를 금방 파악했으니 앞으로의 상담치료에 기대감이 생겼다.


무엇보다 갈등이 생기면, 주변을 계속 살핀다는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맞아, 그랬지. 나는 항상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주위를 신경 쓰며 살았다. 심지어 나와 직접적인 갈등이 아닐 때조차 분위기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파악했다.


갈등의 상황을 벗어나서도 내 머릿속은 여전히 그때, 그 장소에 접속되어 있기라도 한 듯 벗어나지를 못했다. 당시 장면을 끊임없이 떠올렸다. 고장 난 영사기처럼, 멈출 줄 모르고 반복해 그 장면을 재생했다.


집에 와서도 심지어 쉴 때도 도통 전원이 꺼지지 않는 고장 난 영사기. 바로 그게 나였다. 내가 왜 그런 것인지 원인을 함께 찾아보자는 말과 함께 의사는 상담을 마쳤다.


남들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맞지만, 어쩌면 내가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아닐까? 하루아침에 영사기 스위치를 꺼버릴 수는 없겠지만 상담을 통해서 지나치게 예민한 나를 무던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물론 예민함을 완전히 없애고 싶은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사고하고 민감하게 관찰했기에 글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힘들게 한 원흉이 글쓰기를 지속하게 해 준 원동력이기도 했다.


내가 병원을 다니는 이유는 나의 성향 중 하나를 끄집어내 단죄하고, 거세해 버리기 위함이 아니다.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던 것을 반대편으로 잘 움직여 균형을 잡고 싶어서이다. 의사도 나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


약을 열심히 챙겨 먹고, 상담 치료에도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겠다. 고장 난 부분이 모두 고쳐지길. 더 건강한 나의 모습으로 점점 더 나아지길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Photo by Javard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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