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너머의 가을

100일의 글쓰기 - 53번째

by 천세곡

출근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아침마다 옷장 앞에서 한참 고민하게 된다. 휴대폰 날씨 어플로 현재 기온을 확인해 보지만, 숫자로 보이는 온도와 체감온도에는 늘 간극이 있다. 일교차가 심한 요즘은 내 옷의 두께와 날씨가 속 시원하게 매칭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고민 끝에 늘 입던 옷을 걸친다. 착장의 마지막은 항상 마스크다. 유명 연예인도 아닌 주제에 검정 마스크로 얼굴 절반을 가린다. 마스크 의무 착용은 이미 오래전에 해제되었지만, 나는 아직까지 마스크 없이 외출해 본 적이 없다.


사실 나는 코로나 한참 이전부터 마스크를 쓰고 다녔었다. 일 년에 두 번, 환절기만 되면 잔기침이 났기 때문이다. 찬바람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때부터 마스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마 30대 중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야간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무리를 해서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전에 없던 잔기침 증상이 생겼다.


병원에 가봐야 별 다른 말 없이 약만 처방해 주었기 때문에 예방하는 게 최선이었다. 마스크로 코와 입을 덮고 있으면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나는 안경도 쓰고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것이 매우 불편했지만, 그래도 기침하는 것보다는 나았기 때문에 꼬박꼬박 착용했다.


더구나 미세먼지도 심해졌기 때문에 이래저래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마스크 착용이 자연스러웠던 나는 코로나 때도 마스크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아주 더운 여름날만 아니라면.


딱 하나 아쉬운 점은 청량한 가을의 바람을 제대로 마실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가을의 체취는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필터 냄새만 주구장창 맡고 있다. 건강을 지키겠다면서 자연의 향내가 아닌 인공적인 냄새에 코를 박고 있는 아이러니다.


마음껏 들이마시지 못하는 가을을 눈에 담아본다. 하늘 높이 떠가는 구름과 울긋불긋 흔들리고 있는 나뭇잎들, 그리고 옷깃을 여미며 걷고 있는 사람들까지. 마스크 너머의 가을의 향기를 괜히 더 들여다본다.





*사진출처: Photo by laura adai on Unsplash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마음의 균형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