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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Oct 31. 2023

프리미엄을 함께하다.

100일의 글쓰기 - 56번째

1일 1아이스크림에서 1일 1하겐다즈로 엘레강스하고 럭셔리한 삶을 살고 있는 요즘이다. 하겐다즈 말고 다른 아이스크림도 먹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에 마무리는 하겐다즈로 하게 된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덕분에 입맛이 고급이 되어버린 탓에 다른 아이스크림만 먹어서는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


  매일 밤 야식으로 하겐다즈를 조지고 있다. 그야말로 늦게 배운 하겐다즈로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다 건강이 상하는 건 아닌지 염려가 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특히 하겐다즈를 즐기고 있었다. 


  늘 그렇듯, 나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죄책감은 줄어든다. 내가 하는 짓이 미친 짓인 걸 알면서도 무한한 용기를 얻을 뿐 아니라,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당위성마저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오늘밤, 다시금 편의점 부자존을 털러 나갔다. 


  대신 오늘은 나 혼자가 아니다. 2인조로 움직이고 있다. 놀랍게도 나의 파트너는 아내님이시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평소 절약이 삶의 모토인 아내님은 고작 아이스크림 따위에 몇 만 원을 태울 분이 아니었다. 처음 하겐다즈를 살 때도 할인 찬스와 선물 받은 편의점 상품권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때만 해도 우리의 하겐다즈 첫 구매가 마지막 구매가 되겠구나 했다. 


  그런데! 의외의 지점에서 문제가 쉽게 해결되었다. 나와 함께 인생 첫 하겐다즈를 맛본 아내는 연신 “정말, 너무 맛있다.”를 연발했다. 내가 세어보았는데 첫날, 5입 먹으면서 저 말을 정확히 5번 했다. 프리미엄을 전한 보람이 있다.


  만감이 교차했다. 사람의 입맛은 정직한 것이구나, 아내님 너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구나, 이제 경쟁자가 생겼구나, 등등. 


  그 뒤로 아내와 나는 밤이 되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하겐다즈를 사기 위해 밤마다 둘이 모자를 푹 눌러쓰고 편의점 부자존을 기웃거리고 있다. 특히, 먹어보지 않은 맛을 맛보기 위해 동네 편의점을 다 뒤지고 다니는 중이다.


  현재 우리 집 냉동실에는 정확히 하겐다즈 파인트가 10개 정도 쌓여있다. 4개를 사야만 할인을 해주기 때문에 두세 번 샀더니 저렇게 쌓여버렸다. 우리는 한 번에 한 통씩 먹지 않고 먹을 때마다 여러 맛을 조금씩 덜어서 먹느라 더 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에 푹 빠져서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달달하게 살고 있다.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편의점에서 했던 하겐다즈 세일 이벤트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할인 혜택이 끝나면 당분간 하겐다즈와 거리 두기를 해야만 한다. 


  다음 할인이 올 때까지 당분간은 쟁여 놓은 것을 천천히 아껴 먹어야겠다. 특히, 이번에 새로 구입한 친구들이 어떤 맛일지 기대가 된다. 다만, 아내님이 하겐다즈에 너무 빠져 있어서 걱정이 되기는 한다. 오늘 아내가 집에 나보다 일찍 온다고 했는데… 젠장, 빨리 집에 가봐야겠다.




*사진출처: 천세곡의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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