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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Nov 04. 2023

너는 내 반려옷

100일의 글쓰기 - 59번째

새 옷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새로 산 옷을 깨끗이 세탁한 뒤 입으면 나도 새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뽀송뽀송한 섬유의 감촉과 향기에 취해 발걸음도 힘차다. 


  지난여름휴가 때 아내와 함께 아웃렛에 갔었다. 착한 가격에 사이즈도 딱 맞는 티셔츠를 발견해서 바로 구매했다. 요즘 같은 날씨에 입으면 딱 좋은 후드티와 맨투맨이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 번도 출근하거나 외출할 때 입지 않았다. 매일 아침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하면서도 말이다. 심지어 새 옷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새로 산 옷이 있음에도 굳이 오래된 옷을 더 즐겨 입는 이유는 단순하다. 편하기 때문이다. 새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고 뽐내기도 좋지만, 늘 입었던 옷만큼 편하지는 않다. 아직 내 몸에는 익숙하지 않아서인 듯하다.


  내 사이즈에 맞게 산 옷임에도 뭐랄까 아직까지는 내 옷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든다. 길들여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당장 내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원래 입던 옷에 더 손이 가는 것 같다. 


  특히 즐겨 입는 어떤 옷은 작은 얼룩이 져있기도 하다. 기름진 음식을 먹다가 흘린 적이 있는데 지운다고 지웠음에도 결국 희미한 자국이 남고 말았다. 버릴까 고민하다가 그냥 남겨두었다.


  얼룩이 남은 것이 속상했지만, 다시 들여다보니 흔적 같기도 했다. 내 몸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증거이자 자취인 것이다. 나에게 딱 달라붙어 오랜 시간을 수고해 준 상으로 네가 받은 훈장이었다.


  헌 옷을 입으면 마음이 좋다.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하다. 많은 시간을 나와 함께 해오면서 내 몸에 맞춰준 네가 고맙다. 그 누구의 옷도 아닌 완벽한 나의 옷이 되어준 너. 내 삶의 흔적을 지니고 있는 너를 내일도 입어야겠다.





*사진출처: Photo by Md Salm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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