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글쓰기 - 57번째
약 부작용 때문에 한동안 요가를 하지 못했는데 오늘 오랜만에 요가원에 다녀왔다. 원래도 동작을 따라 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쉬었다 하려니 더 어려웠다.
집에 오니 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노곤 논곤 하다. 요가로 근육을 풀어낸 덕분인지 잠이 쏟아져 온다. 졸린 건 약을 먹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지만 묘하게 다르다. 약으로 인한 부작용과는 달리 기분 좋은 피곤함이다.
저녁 첫 타임 요가여서 그런지 수강생이 많지 않았다. 나까지 해서 달랑 4명이었다. 늦은 타임에는 20명까지 같이 할 때도 있기 때문에 그에 비하면 무척 적은 숫자다.
강사님 입장에서 보면 어차피 하는 수업, 최대한 수련생이 많은 것이 좋겠지만 나는 오늘처럼 사람이 적어야 좋다.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서 매트가 바짝 붙어있으면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안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숫자가 적으면 사방으로 간격을 충분히 벌릴 수 있어 마음 편히 동작을 할 수 있다.
더구나 아직 요린이인 나는 사람이 적을 때 더 집중이 잘 된다. 옆에 있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내 몸과 마음에만 집중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사람이 너무 많으면 생각이 분산되곤 했다. 특히 동작이 안 될수록 괜히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수련생이 적게 오면 선생님이 한 명 한 명의 동작을 더 자세히 봐주실 수 있게 된다. 아마 이것이 제일 좋은 장점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면 동작을 대충 하고 넘어갈 때도 많은데 오늘 같은 날은 빼도 박도 못하고 제대로 해야만 한다.
덕분에 오늘은 요령을 피울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어렵지 않은 기초 레벨의 하타 요가 시간이었음에도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했다. 코어 근육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나로서는 거의 모든 동작에서 온몸이 부들거렸다. 힘을 주어야 하는 근육에는 힘을 빼고, 힘을 빼야 하는 근육은 잔뜩 긴장하며 살았나 보다.
호흡을 하는 것으로 요가를 마칠 때, 강사님이 오늘 요가를 시작하기 전 했던 호흡과 비교를 해보라는 말씀을 하셨다. 어쩐지 더 깊고, 안정된 숨이다. 호흡이 좋아진 것을 보니 동작 하나하나는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지라도 오늘의 요가는 성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고했다는 나를 향한 인사도 잊지 않는다. 하루 종일 쫓기듯 살아내다 이렇게 매트 위에 앉아서야 겨우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진다. 오늘은 11월 1일, 요가를 다시 시작하기에 참 좋은 날이다. 지금의 호흡을 잊지 말고, 일상으로 가져가야겠다. 나마스떼!
*사진출처: Photo by Eneko Uruñuel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