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글쓰기 - 55번째
회사 건물 바로 옆에 작은 공원이 하나 있다. 나무와 꽃들을 제법 많이 심어 놓고 잔디도 깔아 놓았다. 공원 바깥쪽 도로변에는 은행나무들이 즐비하다. 저녁 시간이 되면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이나 걷기 운동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나는 이 공원을 딱히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하루에 꼭 두 번씩 공원을 걷게 된다. 더 정확히는 가로질러 간다. 공원이 하필 사무실과 주차장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출퇴근길 꼭 이곳을 지나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5분도 채 안 되는 잠깐의 시간이지만, 이 공원길을 걷는 것이 하루 중 내가 누리는 최고의 호사라고 생각한다. 여유를 누리며 원하는 만큼 걷는 것은 아닐지라도 잠깐이나마 도심에서 이런 자연을 볼 수 있는 것은 분명 특권이다.
특히, 계절의 변화를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공원을 조성할 때 나름 신경을 썼는지 각 계절을 대표하는 식물들을 골고루 심어 놓았다. 때에 따라 옷을 바꿔 입는 공원의 색깔을 보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힐링이 된다.
특히, 요즘 같은 가을이야말로 가장 화려할 때이다. 빨갛고 노랗게 단풍이 물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꼭 멀리 단풍놀이 가지 않아도 아쉽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단풍이 물들어가는 게 좀 더딘 느낌이 있었다. 들긴 들었는데 뭔가 덜 든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기분 탓인가 싶었는데, 오늘 뉴스를 보니 단풍 물드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있으며 실제로 가을이 짧아지고 있었다.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앞으로 머지않은 미래에 10월 단풍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예년보다 옅게 물든 단풍이 영 적응이 되지 않는다. 오색 단풍이 되기 전에 갈색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있는 이유가 이상 고온 때문이라니 기후 문제가 우리 눈앞에 커다란 위기로 다가와 있다는 사실이 더 체감된다.
먼 훗날에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식물원에서나 단풍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지금 내가 거닐고 있는 이런 공원도 지금처럼 훤히 트인 곳이 아닌 실내에 만들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환경을 파괴한 대가로 사람이 만든 시설 안에 자연을 가둬야만 하는 모순이 생겨버리는 것이다.
앞으로 단풍뿐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누리는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 오기 전에 기후 문제에 대한 전 지구적인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 단풍이 더 옅어지기 전에 말이다.
생각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사진출처: Photo by Taylor Smith on Unsplash
https://www.youtube.com/watch?v=xd1Es4K6T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