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글쓰기 - 60번째
곳곳에서 빈대가 출몰하고 있다. 지난달 인천의 한 사우나와 대구의 모 대학교 기숙사에서 발견된 이후, 전국에서 빈대로 인한 피해 신고가 늘어가는 추세이다. 뉴스에서 매일 빈대 관련 보도가 나오는데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빈대는 모기처럼,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벌레다. 질병을 옮기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모기보다 6~7배의 흡혈량을 자랑하기에 빈대에게 물리면 무척 가렵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한번 생기면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박멸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빈대는 말로만 들었지 본적은 한 번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70년 이후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었다. DDT(유기염소 계열의 살충제)라는 강력한 살충제의 대대적인 사용으로 거의 박멸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가 종식을 향해 가고, 해외여행이 갑자기 증가하게 되면서 유럽이나 동남아 등으로부터 빈대가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
유럽 쪽 특히, 영국이나 프랑스는 빈대 때문에 훨씬 더 골머리를 썩고 있다. 심지어 대중교통인 지하철 의자에서도 심심치 않게 빈대가 발견된다고 한다. 이 말인즉슨 우리나라도 지하철을 통해서 빈대가 급속도로 퍼질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수도권의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밀집도를 떠올려 본다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빈대들이 기존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생겼기에 가정용 살충제로는 잘 죽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주로 침대 매트리스나 콘센트 안쪽 등 아주 좁은 틈새 사이에 숨어있다가 밤에 활동하는 습성 때문에 찾아내 잡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빈대를 잡으려면 상당히 번거로운 작업을 해야만 한다. 고온에 약하기 때문에 스팀을 쏴서 나오게 해야 하는데 집안에 틈새란 틈새는 죄다 찾아다녀야 하는 것이다. 이불이나 옷도 뜨거운 물에 세탁하거나 강한 햇볕 또는 건조기의 열풍으로 말려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도 한계가 있기에 현재로서는 전문 방역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빈대의 알까지 없애려면 한 번으로는 안 되고 2주 간격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모양이다.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뉴스 속에서 방역업체 직원은 흰색 방역복을 입고 있다. 작업하다가 빈대가 옷에 붙으면 낭패이기 때문에 보호하기 위해서 착용한 듯했다. 이제 코로나가 거의 끝나서 방역복 입은 사람들을 좀 안보나 했는데 빈대 때문에 다시 보게 생겼다.
하루빨리 정부 차원의 방제 대책이 세워져서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염병 걱정을 좀 덜어내니, 빈대의 전염을 걱정해야 하는 때가 오고 있다. 또다시 인류에게 함께 풀어내야 할 문제가 숙제처럼 주어진 기분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이미지 검색 "빈대" 머니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