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글쓰기 - 67번째
모두 로그인 완료된 상태다. 정확한 시간 체크를 위해 네이버 시계 페이지까지 띄워놓았다. 이제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광클*하는 것만 남았다. 버튼을 누르자마자 인터넷이 먹통이 된다. 노트북, 태블릿, 그리고 핸드폰까지 모두 전멸이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새로고침을 눌렀다. 젠장, 매진이라고 뜬다.
누구나 나와 같은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기다렸던 영화를 보거나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기 위해 피 튀길 정도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일명 ‘피켓팅’ 말이다. 이제 어지간한 티켓 예매는 모두 온라인으로 하고 있다. 과거의 어느 때처럼, 새벽부터 혹은 전날 현장에 직접 가서 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어느 곳에서든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티켓을 예매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삶을 매우 편하게 해 주었다. 인기가 많은 경우에는 그마저도 하늘의 별따기이긴 하지만 장소에 구애받지 않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엄청나게 아껴준다. 그런데 이런 편리함이 일부에게는 불편함이 되기도 한다.
노인들에게는 이러한 티켓팅 방식이 하나의 높은 장벽일 수도 있다. 국내에 스마트폰 보급이 된 것이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기에 전에 비하면 모바일이나 인터넷 접근성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용 환경을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노인층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사용할 줄 안다 해도 젊은 층만큼 능숙하지는 않다. 더 큰 문제는 온라인 판매 이외의 방법으로는 표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 티켓이 그러하다. 무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LG트윈스와 재작년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을 노리는 kt wiz. 연일 명승부를 펼치면서 팬들의 환호를 받고 있는 중인데 이 경기들의 티켓은 모두 온라인 사전예매로만 구매가 가능했다고 한다. 워낙 화제성이 높은 경기다 보니 젊은 사람들조차 피켓팅 경쟁을 통해 구할 수 있을까 말까였을 것이다.
물론, 전자 기기를 잘 다루지 못할 경우 자녀 찬스를 쓰면 된다. 자녀들에게도 모처럼 효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 나름 일석이조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어디든 존재하는 법이다. 자녀가 없거나 부탁할 만한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면? 혼자의 힘으로 해보려 해도 익숙지 않은 데다가 눈도 어둡고 손마저 떨린다면? 가까스로 시도해 본다 한들 젊은 사람들과의 경쟁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겠는가.
뉴스를 보니 MBC청룡* 때부터 팬이었다는 할아버지의 인터뷰가 나온다. 이 분 역시 수많은 LG팬들과 마찬가지로 우승의 순간을 두 눈으로 보기 위해 30년의 세월을 기다려 오셨지만 현장 구매가 불가능해서 경기를 보지 못했다. 사실상 이런 오래된 팬들의 기다림과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이 우승을 기대할 수 있는 순간이 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포츠를 즐길 권리는 나이가 적은 사람과 많은 사람 모두에게 주어져야 한다.
다음부터는 현장 구매가 일부 가능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비중은 아니더라도 온라인으로 표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제공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사전 예매 수량이 조금 줄어들게 될 것이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손해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또한 공동체적인 일종의 배려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거, 야구 볼 때 보더라도 노인들을 위한 좌석 몇 개 정도는 괜찮잖아?
*광클: 매우 빠른 속도로 클릭하는 것.
*MBC청룡: LG트윈스의 전신
*사진출처: 유튜브 JTBC뉴스 캡쳐, 네이버 검색 "영화 신세계 담배 한대 정도는 괜찮잖아?"
https://youtu.be/f_7q916qAcI?si=oKcSwkuAXvDOdkf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