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글쓰기 - 72번째
화려한 조명이 내 입을 감쌌다. 다시금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자. 아~ 하세요.
-아아아아아~~~~~~
어제에 이어 단 하루 만에 오른쪽 사랑니들을 떠나보내기 위해 치과 전동 의자 위에 누웠다. 누가 치과가 두렵다고 했는가?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안마의자보다 편안하다.
맛을 아는 놈이 더 즐길 수 있는 법. 고작 한 번 뽑혀본 것이지만, 나름의 경력이 생긴 나는 이제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기구가 드나드는 타이밍이 대충 예측된다. 환자로서 환상적인 무빙을 선보이며 원장쌤의 손놀림에 즉각적으로 합을 맞추는 중이다.
왼쪽에 비해 오른쪽 사랑니의 뿌리가 좀 더 두꺼웠다고 한다. 조금 더 여러 조각으로 쪼갠 끝에 무사히 발치를 마칠 수 있었다. 왼쪽에 이어 오른쪽 입 안쪽도 휑하다. 드디어 양쪽 밸런스가 맞춰졌다.
-사랑니 떠나가네~♪ 또 다시 내 곁에서~~♫
-이번도 안 아팠쥐~~~♩♪ 마침내 사랑니 없어~~~~~♩♪♫
노래가 절로 나온다. 이제 내 몸뚱이에 사랑니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랜 숙원 사업을 마쳤다는 기쁨에 눈물을 흘릴 뻔했다. 처방전을 들고 요즘 유행하는 슬립백을 추면서 약국을 거쳐 집으로 돌아왔다.
있던 이가 이틀 사이에 네 개나 없어졌으니 확실히 씹는 것은 더 불편했다. 죽을 최대한 갈아서 거의 마시다시피 먹었다. 약을 챙겨 먹은 뒤 그렇게 잠이 든 나.
어디선가 비릿한 냄새가 난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선명하다. 단잠을 깨기 싫어서 다시 잠을 청해 본다. 그런데 비린내가 점점 더 진동하기 시작했다.
마지못해 눈을 떴다. 방의 불을 켜고 이불을 개려는데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왜냐하면…
-계속-
https://youtu.be/WAWiNvqj1vk?si=arcL42vxQqq0ddh4
*사진출처: Photo by Colourblind Kevi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