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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Nov 24. 2023

나는 비행기를 놓쳤을까? - 상

100일의 글쓰기 - 79번째

사무실 컴퓨터 하드에 저장되어 있는 자료를 정리하다가 내 여권 사본을 발견했다. 코로나 전에는 종종 해외로 출장을 가기도 했었는데 문득 6년 전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일본 출장 때의 일이다. 비행기 출발이 아주 이른 시간은 아니었으나 나는 새벽부터 나서야만 했다. 당시 내가 살 던 집은 경기도 외곽 그것도 공항과 정 반대편에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해서 빠진 건 없는지 다시 한번 캐리어 짐을 확인한다. 제일 중요한 건 여권! 아무렴 중요하고 말고! 다른 건 다 놓고 가도 여권만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 책상 서랍에서 여권을 집어 들었다.


  아내가 깰까 봐 살금살금 집을 나와 차를 몰고 한참을 달렸다. 공항이 가까워 올수록 막히기 시작한다. 조금만 늦게 출발했다면 늦었을지도 모른다. 역시 서둘러 나서기를 잘한 것 같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자리 없어서 먼 곳에 주차하면 무거운 캐리어 끌고 한참을 걸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진심 다행이다. 주차장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공항 청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날씨까지 너무 화창하다. 운이 좋은 날인 것 같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체크인하는 곳으로 갔다. 셀프 체크인은 처음이다. 빨리 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았다. 기계 앞에서 버벅거리고 있으니 친절한 직원분이 다가오더니 말을 건넨다.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여권 보여주시겠어요?” (방긋)


  “아, 네…. 제가 셀프는 처음이라서요. 감사합니다.” (꾸벅)



  안 그래도 뒤에 줄 서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던 차였다. 체크인 기계는 많았지만, 도와주시는 직원은 이 분 한 분뿐이었다. 그런데 다 제쳐두고 나를 도와주시다니! 역시 나는야 럭키 가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흘러가고 있다. 여러모로 운수 좋은 날이다. 조금 후면 나는 일본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게 되겠지. 


  직원 분께 연신 고개 숙여 감사함을 표하는 동시에 캐리어 앞쪽 지퍼를 열어젖힌다. 여권을 꺼내려고 오른손을 쑥 집어넣었다. 그런데…



  -계속-





*사진출처: Photo by Anete Lūsiņ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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