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독전2' 스포일러 리뷰, 100일의 글쓰기 81번째
시리즈로 제작되는 영화들이 많다. 장르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속편을 만들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전편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설정이나 캐릭터성은 훼손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속편 제작을 건물에 비유하자면, 맨땅 위에 새로 짓는 집이 아니라 기본 골조를 살려둔 채로 그 위를 새롭게 단장하는 리모델링이라 할 수 있다.
전편이 망했는데 후속 편이 제작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속편은 사실상 전작의 흥행 바탕 위에서 탄생하게 된다. 변화를 주더라도 전작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최소한의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서사와 캐릭터성이 붕괴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지난 11월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독전 2는 바로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했거나 혹은 놓친 듯하다. 독전 1과는 다르게 엄청난 혹평세례를 받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네이버에서 확인되는 평점은 10점 만점에 무려 2.08점이다. 8점 대를 훌쩍 넘겼던 전작의 평점을 거꾸로 뒤집은 모양새다.
2018년에 개봉했던 독전 1은 자극적인 소재와 시종일관 어둡고 잔인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돈 아깝지 않은 영화였다. 베일에 싸인 이선생을 쫓는다는 확실한 줄거리 설정과 개성 있는 캐릭터가 잘 어우러졌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잘 뒷받침되니 몰입감도 상당했고, 조금 예상되기는 했지만 나름의 반전까지 있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독전 2는 이러한 매력들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다. 독전 1의 최대 반전이자 하이라이트는 이선생의 정체가 다름 아닌 서영락 대리임이 밝혀지는 장면이었다. 사실상 이 부분이 절정이었고, 이것을 드러내기 위해서 러닝타임 내내 빌드업을 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미 관객들이 ‘서영락 대리 = 이선생’ 임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설정 자체를 뒤집어 버린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서영락 대리의 대사 몇 마디를 통해 그가 이선생이 아님을 선언해 버린다.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관객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맥락을 놓치고 시작한 스토리에는 도통 힘이 실리지 않았다. 전작과의 맥락이 전혀 맞지 않다 보니 그 아래 존재하는 캐릭터들 역시 멀쩡할 리 없었다. 영화 중반까지도 배우 변요한이 진하림을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한효주 배우가 연기한 섭소천 역시 기대만큼, 악랄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다. 예고편에서 보여준 것 이상의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점은 류준열 배우의 부재였다. 절제와 호소가 적절하게 가미된 그의 연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를 새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이번 영화에 출연하지 않은 것이 신의 한 수라는 말이 있던데, 부인할 수 없어서 더욱 씁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 자체는 좋았다. 다만 그들의 열연이 빛을 발하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전편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맥락을 살려 후속 편을 제작했어야 했다. 시리즈 영화를 만들 때는 신중해야 한다. 기본 골격을 잘 보존하면서 리모델링만 했어야 했다. 뼈대까지 다 싹 무너뜨려서 이렇게 까지 재건축하는 건, 정말이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검색 "독전2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