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글쓰기 - 82번째
내 글쓰기의 마무리는 글에 어울리는 사진을 고르는 일이다. 글과 찰떡인 사진은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편의 글을 쓰고 나면 마지막 남은 힘을 오롯이 사진을 찾는 데에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적당한 시간과 집중력을 발휘해서 글을 한편 완성하면 뿌듯함이 차오른다. 오늘도 해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긴장이 풀어진다. 요즘은 늦은 밤에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글을 다 쓰고 나면 하루가 끝난 것이나 다름없기에 더 그렇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나에게 사진을 고르는 일은 글과 하루를 마감하는 일종의 세리머니이기도 하다. 마치 골을 넣은 축구선수나 홈런을 친 야구선수처럼 나 역시 벅차고 기쁜 마음으로 그 시간을 충분히 즐기곤 한다.
직접 찍은 사진에서 고를 수 있다면 제일 좋다. 내가 최근에 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글을 쓴다면 내 사진만큼 좋은 사진은 없기 때문이다. 글과 사진이 어우러지면서 생동감이 살아난다.
하지만, 여력도 실력도 부족한 관계로 직접 찍은 사진을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주로 무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사진을 골라 다운로드하여 사용한다. 워낙 사진이 많아서 내가 쓴 글의 의미와 맞닿는 사진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사진을 고르려면 내가 쓴 글을 한 번 더 읽게 된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내 글을 한두 문장으로 압축해 그것을 이미지화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가장 비슷한 사진을 찾기 시작한다. 단번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발견하는 경우는 열에 한 번 될까 말 까다.
어떨 때는 사진 찾는 데만 30분을 쓰는 사치를 부리기도 한다. 글 한편 더 쓴 셈이다. 막상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은 사진이 있든 없든 별로 개의치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예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상당히 잉여스러울 수 있는 이 행위를 당분간 지속할 듯하다.
사진도 내 글의 일부다. 글 위에 사진이 있다면 그것이 첫 문장이 될 수 있고, 글 아래 있다면 그 사진은 마지막 문장이 되어줄 터이다. 글을 쓰는 것에 진심인 나는 사진 고르기에도 진심일 수밖에 없다.
*사진출처: Photo by Nik Guiney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