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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Dec 05. 2023

프리미엄 외전

100일의 글쓰기 - 90번째

또,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얘기냐고? 뭘 이것 가지고 그러는가. 고작 사랑니 뺀 것 가지고도 글 4개를 써낸 놈한테.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크림) 인생 한 번 시작했으면 끝까지 가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세일이 종료되고 퇴사까지 하였으니 더 이상 프리미엄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 그런데 가슴 한편에 아쉬움이 남았다. 아무래도 이 아쉬움을 해결하지 못하면 우울증이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겐다즈 말고 나머지 두 회사의 아이스크림도 무척 궁금했다. 하겐다즈의 라이벌인 밴앤제리스는 어떤 맛일까? 나뚜루도 의외의 복병이라던데? 기왕 부자존에 발을 들였으면 적어도 3대장 모두 맛은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이상한 오기가 생겼다.


  지난 10월 말 하겐다즈 세일이 끝난 이후로는 더 이상 편의점 부자존에 갈 일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11월에 딱 한번 편의점을 가보기는 했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세일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다. 아무리 야금야금 먹는다고 해도 이래저래 건강에 좋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내 마음은 머리와 따로 놀고 있었으니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3대장 중 어느 것도 세일을 하지 않는 암흑의 11월을 보내고 맞이한 12월. 우연히 편의점에 들렀는데 밴앤제리스가 2+1 행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쉽게도 세일 안내 문구를 함께 간 아내는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사실, 우리 부부는 그저 두부 한모 사러 간 것이어서 굳이 부자존이 위치한 편의점 안쪽에 갈 필요가 없었다. 두부는 출입문 바로 오른쪽 냉장코너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이스크림을 사자고 언급할 필요는 없다. 세일하고 있다는 사실만 아내가 인지하게 만들면 된다. 포인트는 자연스러움이다. 그녀로 하여금 스스로 부자존 쪽으로 걸어가게 만들어야 했다.


  편의점 사장님 센스가 얼마나 기가막힌지 부자존과 컵라면 코너가 바로 마주 보고 있었다.


  나는 스윽 미끼를 던졌다.


  “저쪽에 보니 컵라면 세일하는 것 같던데?”


  “그래? 한번 보기나 할까?”


   

  덥석 물어준 아내. 우리는 편의점 가장 안쪽 구석으로 향했다. 컵라면을 고르는 척, 이제는 나보다 더 아이스크림에 미쳐 있는 와이프를 은근슬쩍 부자존 앞으로 유인했다.


  역시나 세일 문구를 포착한 아내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 가득한 냉동고 앞에 서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무언의 사인을 주고받았고 어느새 바구니에는 파인트 3통이 담겨 있었다. 아내에게 할인 쿠폰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하여 하겐다즈에 필적한다는 밴앤제리스를 드디어 맛보게 되었다. 사실, 이 아이스크림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그냥 대충 골라잡기는 했는데 포장지의 인쇄된 사진을 보니 너무너무 맛있어 보였다.


  집에 오자마자 흥분된 상태로 포장을 뜯어 냈다. 숟가락으로 꽝꽝 얼어있는 아이스크림에 무자비한 삽질을 가하였다. 종류별로 그릇에 골고루 퍼서 식탁에 놓고 맛을 본다.


  아니 이 맛은?? 한 숟갈 입에 넣어 천천히 음미하는데 대략 3가지 정도의 맛이 났다. 첫맛은 달콤했고, 중간맛은 달달했으며, 마지막 맛은 무지하게 달았다.


  마치 아이유의 3단 고음처럼, 점점 고조되는 극강의 단맛이었다. 목구멍으로 넘어가기 진전까지도 나 달아!!! 라고 미친 존재감을 뿜어내는 아이스크림이다. 하겐다즈도 상당히 달았는데 내 입맛에는 밴앤제리스가 훨씬 더 달았다.


  세 숟가락 정도 먹으니 도저히 힘들어서 포기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이 아이스크림은 시럽처럼 다른 음식에 토핑 삼아 살짝 얹어 먹어야 될 듯싶다. 그나마 구입한 것 중에서는 체리 가르시아가 조금 덜 달기는 했지만 이것도 일반 아이스크림에 비하면 많이 단편이었다.


  밴앤제리스는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구입이 될 듯하다. 너무 치명적으로 달콤해서 아주 오랫동안 아껴 먹을 예정이다. 자, 이제 한 놈 남았다. 나뚜루 잡으러 가자.






*사진출처: 천세곡의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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