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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Dec 10. 2023

나의 글은 망설임을 뚫고 나온다.

100일의 글쓰기 - 96번째

오늘도 나는 쓸 수 없고 쓰기 싫은 수많은 이유들 앞에 서있다. 고작 이런 글감으로 써도 될까? 이미 다른 사람이 썼는데 굳이 내가 또 써야 할까? 이런 형편없는 글을 써서 올렸다가 비웃음거리가 되는 건 아닐까? 등등. 나로 하여금 쓸 수 없도록 무기력하게 만드는 질문들을 마주한다.


  이것은 내 글의 존재 이유를 묻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오늘 하루도 각종 플램폼에서는 엄청난 양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많은 글들이 온라인상에 퍼져 넓디넓은 은하수를 이루고 있는데 굳이 글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때문에 나는 망설이고 또 망설인다. 고민하고 애써봐도 이 모든 것들을 이겨내고 써야 할 이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답을 하는 날보다 대답하지 못하는 날이 훨씬 더 많았다. 지난 시간 동안 쓴 날보다 쓰지 못한 날이 더 많았던 건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망설임을 깨뜨리고 기어이 써냈던 날의 그 기억들이 여전히 나를 쓰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 번 되지 않는 승리의 날들은 내 안에 너무나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별 것도 아닌 소재를 가지고 하다못해 웃겨보기라도 하려고 애쓴 글, 한창 유행 중인 영화나 드라마의 리뷰가 포화인 상태에서도 나만의 결을 가지고 써보려고 노력해 본 글, 사유의 깊이가 얕아서 개똥철학 같은 말만 나열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진심을 담아 마무리해본 글들이 그렇다.


  그렇게 용기를 내서 써내고 나면, 뿌듯한 것은 물론이고 의외로 평도 나쁘지 않았다. 나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함께 쓰고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 대부분이 매우 호의적이라는 것을. 나를 믿을 것이 아니라 언제든 내 글을 환영해 줄 독자들을 믿고 쓰면 되는 것이었다.


  어린아이가 부모님 앞에서 재롱잔치 하는 마음으로 쓰려고 한다. 실수 좀 해도 괜찮고, 심지어 무대 위에서 동작을 까먹어 울어버려도 괜찮은 그러한 마음으로 쓰고 싶다. 아무리 못난 글이라도 마치 자기 자식 보듯, 예쁘게 봐주는 나의 글벗, 나의 독자들을 믿는다.


  내가 쓴 글은 죄다 망설임을 뚫고 나온 것들이다. 망설이는 마음에 용기를 준 것은 바로 이 글을 읽는 당신이었다. 당신이 있는 한 나의 글도 이곳에 있을 것이다. 내 글의 존재 이유는 바로 당신이니까.




*사진출처: Photo by Radu Flori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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