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세곡 Dec 10. 2023

오늘도 굳이 쓰는 이유

100일의 글쓰기 - 95번째

의식의 흐름대로 쓸 것이다. 이미 영혼이 가출해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는 지금 흘러갈 의식이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아내는 오늘 오후 들어 컨디션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더 힘든 상태다. 나보다 하루 먼저 코로나의 맛을 본 아내의 뒤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느낌이랄까?    


  목은 면도칼 스무 개쯤 걸려 있는 느낌이고, 잦아드는가 싶었던 몸살끼도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거기에 오후 되니 복통까지 휘몰아치는데 하루 종일 시체처럼 뻗어있었다.    


  오늘 하루는 쉬어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다. 뭐 대단하고 큰 일이라고 나는 또 이렇게 쓰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그것도 단물 다 빠진 코로나 투병기를 말이다.    


  100일의 글쓰기를 해오면서 스스로 다짐한 게 있었다. 늦게 올릴지언정 단 하루도 빼먹지 않겠노라고. 하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법. 도무지 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존재하니 말이다.    


  한번 정도는 슈퍼 패스라고 크게 외치고 쉬어갈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것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100일 달성이 얼마 안 남아서라기보다는 처음부터 그랬다. 이 도전을 시작할 때부터 이번만큼은 꼭 하루 한 편의 글은 써내고 싶었다.    


  100일을 오롯이 써내면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상을 주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사람들은 별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아픈 몸을 부여잡고 꾸역꾸역 써내는 건, 미래에 내가 지금의 나를 떠올리며 추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때 100일 동안은 빠지지 않고 매일을 써냈었다고. 몸이 아파도, 마음이 아파도 멈추지 않았었다고. 글 같은 글이든, 똥 같은 글이든 뭐라도 쓰고 다음 날을 맞이했었노라고. 먼 훗날의 나는 지금의 나를 알아주고 안아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굳이 써보는 것이다.





*사진출처: Photo by Nick Morrison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4월 같은 날씨, 4월처럼 잔인한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