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글쓰기 - 94번째
오늘은 부쩍 따뜻한 날이었다. 아침에 이불을 개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하나도 춥지 않았다. 내친김에 창문을 모두 열어 환기를 해주었다.
안 그래도 일기예보를 보니 4월 하순 같은 날씨란다. 12월 최고 온도를 몇 년 만에 찍었다는데 남 얘기일 뿐이다. 따뜻하면 뭐 하는가? 이제 좀 쉬어보겠다고 마음먹은 나나, 한창 바쁜 시기인 아내에게는 코로나에 걸린 지금 상황이 그저 답답할 뿐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내는 어젯밤 급체하고 말았다. 밤새 잠들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아내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손이라도 따달라고 하기에 수납장을 뒤져 사혈침을 꺼내 열 손가락을 다 따주었다.
그걸로도 안심이 되지 않아 제발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지압했다. 체증에 좋다는 지압점을 검색하여 해당 부위를 열심히 마사지해 주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자 어느 정도 내려갔다고 하길래 새벽녘이 되어서요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난 아내의 안색은 여전히 안 좋았다. 체기는 내려갔는데 또 체할까 봐 불안해서인지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기에 목아픔과 가래는 심해서 중간중간 호흡도 곤란하다 하기에 더는 지체하면 안 되겠다 싶어 처방받았던 병원으로 갔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먹은 아내에게 수액이라도 놔줄까 싶어 간 것인데 의사는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면서 상급병원 진료를 권했다.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 전개에 당황했지만 의사 선생님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근처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지만, 최소 3시간을 대기해야 한단다. 거기다 진료를 보게 된다 해도 입원 치료가 가능할지는 장담을 못한다고 세상 차갑게 말한다. 세상 한기를 이 사람이 집어삼켜서 오늘 날씨가 이렇게 따뜻했던 건가? 서비스는 기대도 안 했지만 거의 내쫓듯이 말하는 담당자에게 떠밀리듯 나와버렸다.
아내의 컨디션을 보았을 때 도저히 그 정도 기다리기는 어려울 듯하여 좀 더 작은 병원으로 가려는데 아내가 집에서 조금 더 버텨보겠다 말해주었다. 몇 번이나 말리며 권유하였지만 아까보다는 나아졌다는 말에 어차피 의뢰서도 챙겨 왔겠다 여차하면 다시 응급실 갈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도 나는 아내의 상태를 살피느라 신경이 곤두선채로 있었다. 겨우 아내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이렇게 몇 자 적고 있다. 둘이 같이 걸린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자녀가 있는 집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오늘은 도저히 쓸 마음 자체가 생기지 않았다. 쓸 힘이 없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슈퍼패스라도 쓰고 싶지만, 어쩌면 내일이 오늘보다 더 힘든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 먹는다. 결국 이렇게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이제야 긴장이 좀 풀리는지 온몸이 쑤셔온다. 아 맞다. 나도 코로나 환자였지. 어차피 걸릴 거 둘 다 걸리는 게 낫다고 좋아했었는데 둘 다 아프니깐 진짜 힘들긴 하다. 누가 감기래? 코로나 이제 이틀 되었지만, 나는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다. 이 놈의 코로나 다시는 걸리고 싶지 않다고!
오늘은 올해 들어 손에 꼽힐 만큼 참 힘든 날이었다. 몸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다. 오늘 날씨가 4월 하순 같다더니.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4월 같이 따뜻했던 오늘이 우리 부부에게는 잔인하고 고단한 하루였다.
*사진출처: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