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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Dec 07. 2023

마침내 코로나

100일의 글쓰기 - 92번째

오늘 아내가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어제 오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했었는데 저녁때 일 마치고 오더니 몸살 기운이 돈단다. 급히 편의점에 들러서 쌍화탕을 몇 병 샀다.


  다행히 집에 감기약도 있어서 함께 먹였다. 다른 날보다는 조금 일찍 잠을 청했는데 새벽 내 아내는 앓는 소리를 내었다. 잠결에 이마에 손을 대보니 열감이 좀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는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간신히 깬다. 몸살이 너무 심하다며 괴로워했다. 보통 상황이 아니구나 싶어 대충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차에 태워 동네 이비인후과로 달려갔다.


  대기인원이 어마어마하다. 뉴스에서 요즘 독감이다 폐렴이다 심상치 않다고 하도 보도가 나오길래 과장 아닌가 했는데 아니었다. 개인병원 치고는 대기실이 꽤 넓은 편인데도 아픈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것도 여기저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콜록콜록 기침을 하고 아주 난리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아내의 상태를 보더니 독감과 코로나 검사를 해보자고 하신다. 독감은 음성, 그런데 코로나가 양성이 나와버렸다.


  참고로, 우리 부부는 아직까지 한 번도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었다. 우리 주변에 한 번도 안 걸린 사람은 없기에 늘 불안하기는 했다. 그런데 몇 년이 흐르니 그마저도 무뎌지던 차였다. 알게 모르게 무증상으로 지나갔거나 우리가 인류를 구원할 슈퍼 항체를 가진 유전자를 가지고 있거나 둘 중 하나겠거니 생각하면서.


  그런데 오늘 아내가 확진되면서 청정 구역이었던 우리 집도 코로나에 뚫리게 된 것이다. 일단, 나는 증상이 없어서 나름대로 격리를 한다고 작은방으로 피신하기는 했는데 의미가 있을까 싶다. 우리 집은 워낙 좁아 완전한 격리가 불가능한 데다가 어젯밤 아픈 아내 돌본다고 같이 있었고 오늘 병원 가기 전에 점심도 같이 먹었기 때문이다.


  천만다행스럽게도 아내는 약을 먹고 기운을 차리는 중이다. 이대로 증상이 모두 가라앉고, 큰 부작용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까지는 두통 조금 있는 것 빼고는 괜찮다. 두통이야 원래도 자주 있는 편이니까. 딱히 증상은 없는 게 맞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마음 편히 먹고 있는 중이다. 마침내 와버린 코로나. 여기까지 참으로 오래도 걸려서 왔구나. 이제 다음은 내 차례인가? 기왕이면 지나쳐 가기를 바라지만, 꼭 나한테도 들렀다 가야겠다면 살살 좀 부탁한다. 이제 회사 관두고 자유 시간 만끽하려는데 좀 봐주라.




*사진출처: Photo by Volodymyr Hryshchenk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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