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무인도의 디바 스포일러 리뷰, 100일의 글쓰기-98
이 드라마는 일종의 탈출기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붙잡아 가둬두는 온갖 섬으로부터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는 이야기. 목하는 말 그대로 실제 무인도에서 탈출해야만 했고 무인도를 나온 뒤로도 세상의 편견 앞에 맞서야 했다. 가수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또 다른 주인공인 기호는 목하에 비하면 사정이 양호하다. 하지만, 친부에게 언제 발각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가운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자신의 이름까지 버리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가게 된다. 진짜 나를 지워내고 타인의 이름 뒤에 숨어서 사는 인생 역시 어떤 면에서는 섬에 갇힌 것과 다름없다.
사실 나는 목하가 디바가 되어가는 과정보다 기호가 친부로부터 도망치고 벗어나는 과정이 더 인상 깊었다. 혈연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 특히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좀 불편했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핏줄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딨 냐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해준다.
기호가 악랄한 친아버지로부터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또 다른 아버지의 존재가 있었다. 바로, 기호와 채호 형제의 새아버지인 강상두다. 상두는 친아버지가 주지 못했던 깊은 사랑과 다정함으로 형제를 돌보았다. 기억을 잃은 채호는 차치하더라도 기호는 모든 상처를 다 안고 살았을 터인데, 그가 삐뚤어지지 않고 잘 자라준 것만 보아도 상두가 아버지로서 역할에 얼마나 충실했을지 예상이 된다.
비록 드라마지만, 강상두가 보여준 아버지 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딱히, 모델로 삼을만한 아버지상이 없는 상황에서 강상두 캐릭터는 행복한 가정에는 어떤 아버지가 존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등대 같은 아버지’였다. 바다 위를 비추는 등대와 같은 아버지요 남편이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켜주는 사람, 길을 잃지 않도록 앞을 비춰주는 사람, 인생의 태풍을 만난 가족들이 기대어 쉴 수 있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목하도 기호도 결국은 각자의 섬에서 멋지게 탈출한다. 그리고 이들은 함께 가정이라는 항구에 마침내 편안히 정박할 수 있었다. 상두와 같은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호의 친부가 자식을 망망대해 외딴섬으로 내모는 사람이었다면 상두는 자식을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 주는 그런 아버지였다. 정작 상두는 부모도 가족도 없이 고아로 외롭게 살아온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결핍을 원망이나 분노로 만들지 않고, 사랑으로 승화시켰다.
한 소녀가 가수로서 성공하는 이야기 너머에 좋은 아버지를 만나 상처를 치유받고 행복하게 웃게 된 스토리가 있는 드라마였다. 모성애만큼이나 부성애도 중요함을 알려주고, 단순히 핏줄에만 기대는 가족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더불어 가정 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경각심을 일으키는 드라마였다. 폭력은 그 어떤 의도로도 포장될 수 없다. 부모가 자식을 때리는 것 역시 절대로 당연하지 않다. 당연한 것은 사랑뿐이다. 상두가 드라마 속에서 보여준 등대 같은 사랑말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검색 “무인도의 디바 최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