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의 뒷북쯤 될 것이지만, 이제야 컨디션이 정상으로 오르고 있는 요즘 코로나 후기 썰을 풀어볼까 한다. 사실 내가 코로나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코시국 3년간 코로나는커녕 그 흔한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무척 빌빌 거리는 허약체질로 항상 병원 아니면 한의원을 밥먹듯이 드나든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하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내가 감염될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곳저곳을 다녀도 도무지 걸릴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걸리기를 바랐던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다만, 충분히 약해빠진 몸뚱이가 걸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마구 노출되고 있음에도 감염이 되지 않는다는 게 신기했다. 이쯤 되니 나는 내가 지구상에 몇 안 되는 신이 선택한 슈퍼 유전자를 소유한 것이 아닐까 하는 매우 그럴듯한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간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노력도 충분히 했었다.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했고, 손은 거의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자주 씻었다. 코로나 단계가 낮아진 최근까지도 그랬다. 타고난 유전자에 노력까지 더해졌으니 마침내 나의 의심은 확신에 이르렀다. 바이러스가 피해 가는 타고난 유전자가 분명하다고.
그러다가 얼마 전에 보기 좋게 걸려버린 것이다. 코로나에!!! 내 인생사에서 좋은 것은 단 한 번도 막차를 타 본 적이 없다. 주식, 코인, 부동산 모두 놓친 나다. 그런데 이제는 감기 정도로 취급받는 그 코로나에 막차를 타버린 것이다.
막상 걸려보니 무지하게 아팠고 고통스러웠다. 첫사랑만 아픈 줄 알았는데 첫 감염은 더 아팠다. 내 몸뚱이에 마디가 몇 개인지 알아차릴 만큼 온몸이 쑤셨고, 목은 침을 삼킬 때마다 면도칼로 긋는 느낌이었으며 속도 울렁거렸다. 바이러스 하나가 내 몸 전체를 박살내시고 계셨다.
마의 구간이라는 3일을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호전의 기미가 보였다. 그리고 또 일주일 가까이 되자 증상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끝나나 싶었는데 바통 터치한 후유증이 찾아왔다. 후각과 미각이 상실되었고, 복통과 설사 증상이 생겼다.
배앓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후각과 미각 상실은 정말 멘붕이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증상이었는데 뭐랄까 느낌 자체가 엄청 불쾌했다. 처음에는 잘 몰랐다가 하도 입맛이 없길래 내 귀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퍼먹다 알게 된 것이었다. 분명 4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을 퍼서 먹는데 모두 같은 맛으로 느껴졌다.
거의 2주 차에 접어들고 나서야 후유증도 사라졌다. 이제 남은 건 체력과 체중을 회복하는 것이다. 참나 안 그래도 지난달에 사랑니 뺀다 어쩐다 해서 제대로 못 먹어서 살 빠졌다는 소리 들었는데 연이어 코로나를 모시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혹독한 다이어트 기간을 보내고 말았다.
이번을 계기로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나는 슈퍼 유전자 따위는 없는 지극히 평범한 아니, 병약한 인간일 뿐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코로나든 독감이든 뭐든 무조건 안 걸리는 게 최고 짱짱이라는 걸 말이다. 아주아주 뻔한 말이지만 진짜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코로나를 앓고 났으니 슈퍼 면역까지는 아니지만, 한시적인 무적 면역이 생겼다. 이제 코로나 하고는 당분간 안녕이다. 그래도 독감과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를 철저히 할 생각이긴 하다. 미각과 후각이 돌아왔으니 내일은 진한 커피 한 잔에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때려 넣으며 마음껏 퍼 먹어야겠다.
*사진출처: Photo by Aakanksha Panwa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