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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Dec 28. 2023

영원한 나의 아저씨를 보내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뉴스를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이선균 배우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이선균과 김남희의 통화 녹취록이 인터넷에 공개된 것을 보고 불안한 예감이 들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생전에 그가 다양한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었던 연기들이 좋았기에 참으로 안타까운 죽음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영화 기생충을 통해서 세계적으로도 알려졌던 터라 더욱 그러하다. 커리어의 절정을 지나고 있는 좋은 배우를 잃었다.


  무엇이 이선균 배우를 죽음까지 내몰았을까? 설령 그가 받고 있던 혐의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목숨을 잃어야만 할 정도의 죄는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확실한 결론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 가운데 집중되는 언론의 조명과 계속되는 수사가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우기가 힘들다.


  수사기관과 언론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의 죽음에는 여론도 한몫했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댓글 민심이 그를 추모하는 분위기로 많이 바뀐 것은 다행이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부정적인 댓글들이 훨씬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모두가 스스로 재판관이 되어 그에 대해 섣불리 단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판결이 나기 전에는 무죄라고 여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유죄 판결을 내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를 벼랑 끝에 세워두고 몰아붙인 꼴이다.


  더 속상한 것은 이런 일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데 있다. 특히 대중의 관심을 힘입어 살아가는 연예인과 같은 공인들이 물의를 일으켰을 때 더 혹독하게 엄한 잣대를 들이대곤 한다.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면서 맹렬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비록, 자살이지만 타살과 다름없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게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있으나 정작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죽기 전까지 떠들던 기관이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침묵해 버린다. 참으로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고 이선균 배우가 출연한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2018년 tvn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가장 좋아한다. 기댈 곳도 의지할 사람도 없던 이지안(아이유)을 도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박동훈(이선균)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위로와 위안을 주었고 나 역시도 힘을 얻었었다.


  그가 떠난 오늘 나의 아저씨가 문득 보고 싶어 져 유튜브에서 영상을 여러 개 찾아보았다. 이미 다 본 드라마임에도 이선균 배우가 던지는 대사 하나하나가 어찌나 가슴에 와서 박히던지. 죽기 전 이선균 배우가 어떤 심정이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드라마 속 박동훈의 대사들을 듣고 있노라면, 현실 속 이선균이라는 사람도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수년 전 드라마이고 이 사건과 관계가 없음에도 마치 인간 이선균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먹먹하다. 지안에게 동훈이 세상 유일한 편이 되어 주었던 것처럼, 이선균 배우에게도 살아갈 희망을 줄 ‘나의 아저씨’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면 적어도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죄가 있다면 밝혀야 하고, 또한 죗값을 치름이 마땅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우리가 어떤 시선과 태도로 바라보고 대해왔는지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사실 관계와 상관없이 확실한 결과에 이르기도 전에 서서히 숨통을 조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에게 드라마 ‘나의 아저씨’ 마지막 회에서 동훈이 지안에게 건넨 말을 해주고 싶다.  


“다 아무것도 아니야. 인생 망가졌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거? 다 아무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https://youtube.com/shorts/JiaWrXEybl8?si=-d8xL--mAXf12Zpk



*사진출처: 네이버 검색 "나의 아저씨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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