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은 28도까지 올라갔다. 5월 초라고 쓰고 7월 초라고 읽는다. 이상 기후라는 말도 이제는 식상하다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다.
반전이 있다. 나는 오늘 밖에 한 발자국도 나가질 않았다. 기온이 28도까지 올라갔다지만, 전혀 체감하지 못했다. 그저 뉴스 속 자막으로만 확인했을 뿐이다.
원래는 외출할 생각이었다. 백수의 특권을 한껏 누리며 점심때가 되어서야 일어나긴 했지만 말이다. 점심을 챙겨 먹고 찬물에 머리 감고 면도도 깔끔히 했다.
오랜만에 글 한편 써봐야겠다는 그럴싸한 계획도 세웠다. 시원한 아이스 라떼도 한 잔 해야지. 이렇게 화창한 날 카페에 가질 않는다면 직무유기다.
하지만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생각보다 아내가 일찍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내가 일이 있어 외출한 틈을 타 카페에 다녀올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나와 달리 카페도 커피도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은 나를 위해서 같이 가줄 때도 있지만 말이다. 나도 아내를 배려해 굳이 카페를 같이 가자고 권하는 편은 아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며칠 전 이케아에서 사 온 의자나 조립해야겠다 마음먹었다. 말 그대로 마음만 먹었다. 차 트렁크에 아직 실려 있는데 꺼내 오려니 귀찮다. 내일로 미루고 싶다. 그런데 괜히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은근슬쩍 떠본다.
아내도 내일 하자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둘 다 아주 열심히 코를 훌쩍 거리며 재채기 중이다. 매년 이맘 때면 나타나는 증상이다. 아내는 환절기 비염, 나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
눈과 코가 간지러워 하루 종일 정신 못 차리겠다. 머리 감고 면도한 게 아까워서라도 나가든지, 의자를 조립하든지 해야 하는데 어떤 생산적 활동도 못하는 중이다. 아니 날은 여름처럼 더운데 왜 신체 증상은 봄인 것인가? 화창하지만 우울한 날이다.
*사진출처: Photo by Nikola Knezevic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