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의 정신
2018년 무한도전(이하 무도)이 종영했을 때, 아쉽다 못해 상실감마저 들었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무도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결국, 유튜브에 떠도는 무도 짤방을 찾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런 나에게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이하 놀뭐)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김태호 PD와 유느님의 콜라보라니 당연히 무도가 생각이 났고, 열심히 본방사수를 했다. 이제 토요일 저녁은 무도가 아닌 놀뭐였다.
이렇게 애정을 가지고 보는 놀뭐가 요즘 영 재미가 없다. "놀면 뭐하니? 하면 뭐하니? 재미가 없는데!"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다. 나만 그런가 싶었는데, 저조한 시청률 때문인지 놀뭐를 비판하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비판 중 가장 많은 이야기는 지나치게 우려먹는다는 것이었다. 음악 콘셉트 특집인 '싹쓰리'편과 '환불 원정대'편은 코로나 때문에 가수들의 공연을 보기 힘들었던 상황과 맞물려 나름 이슈몰이에 성공했었다. 문제는 이걸로 시청률 재미를 봐서인지 비슷한 콘셉트의 특집을 너무 자주 했다는 데 있다.
보컬 그룹 특집이 그러하다. 작년에 남성 그룹인 MSG워너비를 선보이더니 올해는 성별만 여성으로 바꾼 WSG워너비 편이 방송되었다. 예전 무도 때도 음악 콘셉트의 특집을 한 적이 있지만, 이 정도로 자주는 편성되지는 않았었다. 심지어 WSG워너비 편은 장장 4개월 가까이 방영되면서 너무 질질 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비판을 의식했는지, 지난 8월 놀뭐 제작진은 3주간 휴방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고 재정비에 들어갔다. 그 후 새로운 고정 멤버들을 영입해 현재의 모습인 7인 체제가 되어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시청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오히려 비판의 강도는 더 세지고 있다. 이제는 놀뭐가 아니라 무도 시즌2 같아졌기 때문이다. 7명이라는 인원수도 그렇고, 내용도 별로 새로울 것 없이 예전 무도 때 했던 것을 재탕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비슷한 포맷이 되어 버렸으니 무도와 계속 비교되며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놀뭐는 무도를 따라 해서는 안 된다.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방향성 없이 당장의 시청률만 의식해 예전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과거에 재미있었다고 해서 지금도 재미있을 거라고 자꾸 따라 한다면 시청자들은 점점 더 외면하게 될 것이다.
예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 무도는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무한 도전'이라는 제목 그대로 '도전 정신'이 바로 그들의 정체성이었다. 자칭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고 말하는 예능인들이 매주 새로운 도전을 하니 웃음과 인기는 당연했다. 그렇기 때문에 놀뭐는 무도의 '형식'을 따라 할 것이 아니라 '정신'을 따라가야 한다.
속편의 적은 전편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 놀뭐의 경쟁 상대는 타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바로 무도이다. 앞으로 놀뭐가 무도를 뛰어넘는 예능의 정신을 보여주기를 한 명의 팬으로서 기대하며 지켜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