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배터리가 있다.

소모적인 관계

by 천세곡

지구상에 나와 100% 맞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럭저럭 서로 맞춰가면서 살뿐이다. 한쪽이 맞춰주는 만큼 다른 한쪽도 맞춰주면 그런대로 괜찮게 지낼 수 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이 맞춰가며 산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어느 정도의 적당한 긴장감은 물론 참을성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관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에 꽤 많은 에너지가 쓰이는 것이다.


문제는 그 에너지가 무한하지 않다는 점이다. 어느 순간 에너지는 바닥을 보이게 되고, 그 상태로 지내다 보면 결국 상대방과 갈등을 겪게 된다. 상대방과의 화해가 우선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화해하고 풀어내도 비슷한 갈등은 또 발생하기 마련이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내 안에 소모된 에너지와 상한 감정들을 헤아려 보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핸드폰이나 전기차처럼 마음속 에너지가 몇 퍼센트 남았는지 팝업창이라도 띄워주면 좋으련만. 사람의 마음을 수치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얼만큼 남았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더욱 평상시에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명상이든 운동이든 글쓰기든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마음을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나의 마음은 어떠한지, 어디쯤이 한계점인지를 말이다.


우리는 남을 의식하는 데는 후하지만 정작 나를 의식하는 데는 너무 인색하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배터리가 어느 정도 쓰면 방전되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와 감정들이 얼마나 남았는지 마치 재고관리 하듯이 헤아려 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관계'의 문제를 푸는 열쇠는 자신의 '한계'를 알고 인정하는 데 있다. 결국 모든 관계는 소모적이라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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