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삑사리
휴일을 맞아 늦잠을 실컷 자고 일어났는데도 상쾌하기는커녕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무거울 때가 있다. 그냥 하루를 보내긴 아쉬워서 이것저것 해보려고 덤벼 보지만, 얼마 못가 다시 소파와 혼연일체가 되고 만다. 이런 날은 별 수 없다. 유튜브나 봐야지.
너무 피곤하고 무기력할 때, 가끔 대책 없이 우울할 때, 유튜브에서 웃긴 동영상을 찾아보곤 한다. 최근에 웃겨도 너무 웃겨서 거의 척추가 접힐 만큼 날 웃게 해 준 영상이 하나 있다. 바로, 유명 가수들의 ‘음이탈 레전드 영상’이다.
영상 속에는 가창력으로 소위 차트 씹어먹는다는 인기 가수들이 등장한다. 프로 중의 프로인 분들이 노래를 잘 부르다가 갑자기 어느 한 부분에서 음이탈이 나고 만다. 귀호강하며 노래 잘 듣다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갑자기 삑사리가 나니 웃음이 빵 터질 수밖에 없다.
익숙하게 알고 있는 멜로디에서 벗어난 이탈음이 주는 쾌감은 참으로 강력하다. 이 낯설고 언밸런스한 모습에 큰 재미를 느낀 사람들은 영상에 댓글들을 남긴다. 그 주옥같은 댓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재치 넘치는 그들의 센스에 두 번째 웃음 폭탄이 터져서 거의 실신 직전까지 간다.
가수들이 아주 가끔씩 하는 실수가 그들에게는 흑역사로 남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노래를 듣는 나는 박장대소를 하다가 이내 미소를 짓게 된다. 완벽한 노래는 감동을 주지만 조금 덜 완벽한 노래는 그 가수 역시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줘 친밀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탈인간급이라고 여겼었는데,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다. 여전히 범접하기 어려운 가수이지만, 괜히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 더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현실의 복잡한 것들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완벽한 것을 추구해야만 하는 현실이 주는 무게감이 버거울 때가 있다. 견디지 못할 만큼 무거워질 때면 가끔은 일탈을 꿈꿔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일개 '소시민'으로 살아가도록 최적화 패치되어 뼛속까지 '소심인'인 나는 용기가 없다.
정해진 음을 지키지 못하고, 살짝 '이탈'해준 그들의 실수 덕분에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된다. 또한 일상의 무게도 조금은 가볍게 느껴지는 것 같다. 현실을 '이탈'할 수 없는 나에게 작은 '일탈'을 맛보게 해주는 기분 좋은 선물이 된다.